마케팅 수단의 진화인가 편법인가

[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SNS가 하나의 사회현상이 된 지 오래다. 최근엔 손쉬운 마케팅 수단 중 하나가 됐다. 사람들 간의 정보공유·소통이 중점인 SNS는 입소문 마케팅을 구사하는 데 효과적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 다양한 SNS를 홍보수단으로 삼는 기업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의 부작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입소문 내기엔 최적의 방식
장기적인 효과에는 의문점…‘소통’에 중점 둬야


‘요즘 같은 시대에 SNS로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글을 보고 정확하게 하는 일이 뭔지 해당 업체에 전화로 문의했다. 전화를 받은 담당자는 ‘광고성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고, 이 글에 달리는 댓글 및 좋아요 개수에 비례해 임금을 준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외에도 블로그, 트위터 등 SNS를 즐겨 이용하는 자라면 누구나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알바를 하고 싶다’는 기자의 말에 담당자는 ‘SNS 활동량이 일정 이상이어야 한다’며 이력서에 SNS 주소를 기재해 이메일로 보내라고 했다.


‘SNS 아르바이트’와 관련된 또 다른 글을 클릭했더니 이 사이트에선 ‘광고성 글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면 건당 250원이 적립된다’고 안내돼 있었다. 또한 블로그에 광고성 글을 올리면 건당 3000원이 적립된다는 글 등 다양한 SNS 아르바이트 모집글이 게재돼 있었다. 적립금이 3만 원 이상이 되면 현금으로 인출이 가능했다. 기자의 눈길을 끈 건 ‘기사형 광고’를 자신이 만든 페이지에 게재해, 방문자의 상담신청 DB건대로 수익을 챙기는 아르바이트였다. 블로그, 카페 등에서 쉽게 봤던 출처 없는 기사형 광고가 이것이었다. 사이트 하단엔 ‘이제 나도 기자다’라는 글이 버젓이 올라 있었다.


자신의 SNS 및 SNS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식은 ‘SNS마케팅’의 한 종류다. 소셜(social)·공유 등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한 SNS마케팅은 효과적이란 면에서 각광 받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위와 같은 마케팅을 ‘입소문 마케팅(바이럴 마케팅)’이라고 한다. 하지만 SNS를 활용해 입소문을 내는 구조라는 점에서 SNS마케팅의 일종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선 ‘편법·변종 마케팅’이란 딱지를 붙이기도 한다.

이게 사실이야, 허위야?

A(여·26)씨는 SNS에서 좋다고 평이 난 제품을 신뢰하지 않는다. 얼마 전 화장품을 사기 위해 포털 사이트에서 다양한 제품군을 알아봤다. 검색해보니 네티즌들 사이에선 모 화장품 브랜드가 자주 거론됐다. 처음엔 ‘이 화장품이 좋은가?’싶었지만, 광고임을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구매를 하고 사용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접촉성 피부염이 발생한 것이다. 바꾼 화장품이 원인이라는 의사 소견서를 받았다. A씨는 이 브랜드에 소견서와 환불 및 치료비를 이메일로 요청했다. 이후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많다는 걸 모 카페를 통해 알게 된 A씨. SNS에선 여전히 모 화장품의 홍보성 글이 많고, 오히려 기사형태의 광고글이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다.


모 브랜드의 LED 프로젝터를 구매한 B(남·29)군.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를 하기 위해 1년 전 이 제품을 구매했다. 당시 블로그 프로젝트를 통해 제품을 알게 됐고, 긍정적 반응이 주였던 댓글 및 포스트를 본 뒤 구매를 결정했다. 하지만 막상 사용해보니 사용법이 어려울 뿐더러 홍보글만큼 실용적이지 않았다. B군은 이 제품을 창고 구석에 넣어놨다고 한다.


SNS마케팅연구소의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관행처럼 해온 이러한 방식의 마케팅이 선량한 소비자들에게 큰 혼란을 일으킨 적이 있었고, 지금도 없어지지 않고 성행하고 있다”며 “이는 SNS을 통한 바이럴 마케팅을 의뢰하는 기업과 마케팅 대행사들이 서로 알게 모르게 묵인해서 생긴 현상이다”고 말했다. 특히 클라이언트인 기업이 자사 브랜드의 노출 빈도가 높으면 일단 성공했다고 판단하는 게 문제라며 ‘노출빈도=성공’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SNS가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된 지금은 이를 더욱 뿌리 뽑기가 힘들다고 지적한다.

‘수단’ 아닌
‘소통’ 중심이어야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의미 없는 댓글과 좋아요, 잦은 포스팅 등 변질된 SNS마케팅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게 함정이다. A씨와 B군의 사례처럼 소비자들의 평판이 좋게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첫째다. 이는 기업의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마이너스 요소가 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SNS의 애초 취지와 무관한 ‘수단 중심의’ 마케팅은 사람들의 공감을 살 수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된다. SNS의 본래 목적과 효과는 ‘사람 대 사람 간의 소통’이다. 하지만 이 소통을 마케팅의 수단으로 삼고 남용하는 순간, SNS관계에 있던 사람들은 이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


몇 해 전 페이스북 마케팅으로 브라질의 한 의류업체는 SNS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 의류업체는 페이스북 친구들이 자사의 페이지에 있는 제품에 ‘좋아요’를 누르면, 이 표시를 오프라인 매장에 있는 그 제품에도 보이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매장에서 의류를 보는 소비자들에게 구매를 유도하는 효과가 실제로 있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시킨 것으로, 고객과 소통했다는 평을 받았다.


국내의 성공사례로는 이미 여러 미디어에 소개된 군포의 ‘고재영빵집’과 부산의 ‘꽃집아재’가 있다. SNS를 활용한 마케팅을 통해 두 소상공인이 성공할 수 있었던 공통적인 배경은, SNS의 본 취지인 ‘소통’을 살렸기 때문이다. ‘단팥빵에 글씨를 쓰고 이러한 사연을 SNS에 올려 고객의 공감을 유도’하거나 ‘친구 한 명 한 명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댓글을 다는’ 등 꾸준히 SNS를 통해 고객들과 소통했다는 점이 성공요인이었다.


“SNS상에서 상품을 직접적으로 홍보하는 방식(특히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광고성 글로 도배하는 행위 등)을 자제하고, 온라인상 친구들과의 꾸준한 소통이 매출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방식을 진행해야 한다”고 SNS마케팅연구소의 관계자는 조언했다. 또한 “SNS마케팅을 본질과 무관한 방식으로 악용하는 방식이 곧 성공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구매자들 역시 지나친 홍보성 글만으로 제품을 판단해선 안될 것이다.

yon8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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