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고구마 줄기 엮듯 수사 ‘눈길’…불법은 언제든 밝혀져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잊을 만하면 또 다시 터지는 톱스타급 연예인 마약 사건. 이번에는 인기 아이돌 그룹의 멤버 A씨가 그 장본인이었다. 6년 전인 지난 2011년 같은 그룹 멤버 B씨의 대마초 흡연에 이은 한 아이돌 그룹의 흑역사인 셈.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톱스타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쏟은 그들의 노력이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에 의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특히 A씨의 대마초 흡연 사건이 불거진 와중에 역시 톱스타 가수인 C씨의 대마초 권유 사실 폭로가 이어지면서 연예계의 마약 관련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지 주목된다.
 
 
지난해 10월, 인기 아이돌 그룹의 멤버인 A씨가 자신의 집에서 세 차례 대마초를 흡연했다고 경찰이 밝혔다. 20대 초반의 여성 가수 연습생과 함께였다.

이 사건으로 결국 A씨는 서울지방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 의해 지난 6월 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주목되는 것은 탑의 대마초 흡연 사실이 연습생의 대마초 흡연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점. 지난 3월 수사를 받던 한 씨는 조사관에게 “대마초 공급책으로부터 받은 액상 대마를 탑과 함께 흡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경찰은 A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소변과 모발 검사를 진행, 양성반응이 나오면서 A씨의 범행이 드러난 것.

결국 연습생의 자백을 통해 A씨의 대마초 흡연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는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이른 바 ‘고구마 줄기 엮듯’하는 수사임을 반증하는 셈이다. 즉, 대마초 흡연을 함께 한 공범을 불 경우 형량을 낮춰주거나 혜택을 줌으로써 수사를 진전시키는 기법이다.

이러한 수사방식은 특히 연예인들의 마약사건과 관련해 빈번하게 이용되고 있다. 대마초를 비롯해 필로폰, 엑스터시 등 대부분 마약복용 사건은 친한 연예인들이나 연예업계 종사자들끼리 함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약 30여 명의 연예인들이 엑스터시와 필로폰을 복용해 물의를 빚었던 사건을 비롯해 많은 연예인 마약 사건의 범인들이 관련자들의 진술과 자백으로 줄줄이 검거된 바 있다.

하지만 형량을 낮춰주는 대가로 공범을 폭로케 하는 수사가 아니더라도 마약사범은 언제든 밝혀지고 법의 적용을 받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귀띔한다.

A씨의 대마초 사건이 불거진 가운데 가수인 C씨가 대마초 권유 사실을 폭로해 또 다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C씨는 지난 6월 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저는 전직 약쟁이 D씨의 여친입니다. D씨 친구가 저에게 떨(대마초)을 권유하더군요”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기획사 측 대응 논란, ‘무엇이 진실인가?’
 
이 글에서 스스로 정신이 좋지 않다고 자인한 C씨는 “사실 살짝 넘어갈 뻔했다”며 자신은 합법적 몰핀을 투여 중임을 밝히기도 했다.

C씨의 폭로에 따라 경찰은 수사에 착수할 예정으로 수사진행방식과 일정은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씨의 대마초 권유 사실 폭로가 이어지면서 연예계의 마약 관련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지도 주목된다.

한편, 이번 A씨의 대마초 흡연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탑은 범행 일체를 부인했다고 알려져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경찰조사에서 탑은 “전자담배를 피웠을 뿐 대마초인 줄은 몰랐다”고 말했던 것. 이는 “담배를 피웠을 뿐 대마초인 줄 몰랐다”고 했던 6년 전 B씨의 진술과 거의 일치한다.

이런 대응을 두고 일각에서는 소속사 측이 2011년 B씨 대마초 수사 당시의 경험을 활용해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011년 당시 대마초 흡연 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B씨는 대학생 신분인 데다 초범이고 흡연량이 적었으며 검출된 성분이 마약사범 양형 처리기준에 미달했다는 점이 참작돼 기소유예를 받았다.

특히 “대마초인 줄 몰랐다”는 주장이 기소유예 처분 결정에 크게 반영된 이유였다는 게 잘 알려진 사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정황과 연령, 범행 동기, 반성 여부 등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소를 하지 않는 처분이다.

당시 사건이 터지자 기획사 측은 “B씨가 일본의 한 클럽에서 현지인이 준 담배 한 대를 피웠을 뿐”이라고 대변했다. 의도적인 대마초 흡연이 아닌, 인지하지 않은 상황에서 피치 못하게 대마초를 흡연한 해프닝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

일반인이라면 모르지만 이미지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연예인의 경우 기소는 곧 연예인으로서의 생명이 끝남을 의미한다. 당시 B씨에 대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B씨의 연예생명을 이어 준 셈이었다. 

지난 2010년에도 이 기획사 소속 가수인 E씨가 마약류로 분류되는 약물을 밀반입한 사건에 연루됐을 때 입건유예 처분을 받도록 한 사실이 4년 뒤인 2014년 드러나며 특혜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기획사 측에 대해 대중들이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이유다.

그간 마약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연예인들의 경우 짧게는 6개월부터 길게는 5년 이상 연예활동을 하지 못하는 등 큰 제약을 받았었다.

지난 2001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구속된 가수 F씨가 구속 후 6개월 만에 컴백해 가장 빨리 복귀한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다. 2009년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기소된 배우 G씨 역시 6개월 만에 연극무대로 돌아와 대중들의 눈총을 받은 바 있다.

대마초 권유 폭로 논란으로 시끄러운 C씨의 연인인 배우 D씨는 2009년 마약혐의를 인정하고 입대한 바 있다. 이후 자숙의 기간을 거친 뒤 3년 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현실과의 괴리·스트레스가
연예인 마약 스캔들의 주원인

 
1970년대 대마초 흡연으로 시작된 연예계 마약 스캔들은 잊을 만하면 한번 씩 터지는 연예계의 고질병이 됐다.

그 시절로 잠깐 돌아가 보자. 1975년 12월 3일 일간신문 1면에는 연예인들의 대마초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가수들이 대마초 흡연으로 구속수사를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다음날인 4일을 비롯해 6일과 7일, 9일과 11일에도 인기 가수들이 줄줄이 조사를 받았다는 기사가 올랐다.

가수뿐만이 아니라 유명 영화감독과 배우, 코미디언 등이 대마초 사건에 연루되며 대중문화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자료에 의하면 이 시기에 대마초 흡연에 연루돼 조사를 받은 연예인은 무려 137명에 이르렀다.

이처럼 초기에는 대마초 흡연이 대부분이었던 것이 이후 1990년대 들어 필로폰, 코카인 등으로 범위가 넓어졌고 2000년 이후에는 엑스터시, 프로포폴 등 약품 형태의 마약으로 확대됐다.

그렇다면 왜 일반인들보다 연예인들에게 마약 사건이 더 자주 일어날까? 연예인들이 일반인들에 비해 대마초 등 마약 스캔들을 자주 일으키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마약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에 있다. 직업적 특성 상 마약을 구하기가 용이한 해외에 나가는 경우가 잦고 유흥업계와 연결되다 보니 마약을 구하기 쉬운 것. 심지어 연예기획사 관계자가 가수 지망생들이나 연예인들에게 필로폰과 대마초를 강요한 사례도 있다.

또 대중의 인기를 얻어야 하는 만큼 인기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마약에 손을 대기 쉽다는 것도 큰 이유다. 연예인들의 경우 공개된 장소에서 스트레스를 풀기 어렵다보니 유흥업소 등 음성적 장소를 찾아 스트레스를 풀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마약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것.

더불어 보다 뛰어난 음악이나 연기를 보여주기 위한 의욕과 그런 의욕이 현실적으로 이뤄지지 못했을 때의 좌절감과 갈등이 돌이킬 수 없는 마약에의 유혹으로 이어진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연예 관련 전문가는 “연예인들은 일반인들과 비교해 ‘자기애’가 훨씬 크다”면서 “언제든 정상의 자리에서 밀려날지 모른다는 위기감과 함께 지독한 외로움, 이상과는 큰 거리가 있는 현실 등이 마약에 손을 대도록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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