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들어가면 바리스타의 커피 만드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그라인더로 원두를 갈아내는 소리부터 에스프레소가 추출되는 소리, 우유거품을 내는 소리 등 바쁘게 움직이는 바리스타의 손동작마다 기계소리들이 함께한다. 그런데 그 소리마다 기술이 들어있다.
 
갈아진 원두를 포터필터 바스켓에 고르게 담아 일정한 압력으로 눌러줘야 맛있는 에스프레소가 추출된다. 또 우유를 거품 낼 땐 적당한 온도로 곱고 고르게 내서 에스프레소와 잘 섞이도록 부어줘야 고소하고 부드러운 라떼를 만들 수 있다.
 
커피를 만드는 모든 과정엔 숙련된 바리스타의 기술이 필수적이다. 아무리 좋은 원두를 가져다 커피를 만들어도 바리스타의 기술이 부족하면 맛있는 커피는 나오지 않는다.
 
기술의 발달로 자동 머신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따뜻한 우유거품이 부드럽게 섞인 카페라떼나 카푸치노는 바리스타의 손맛을 거쳐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그만큼 카페에서 바리스타의 역할이 중요하다.
 
로스팅 된 원두커피는 달걀보다도 빨리 상할 만큼 신선도의 유지가 중요하고 열에 약해 뜨거운 물의 온도에도 민감하게 그 맛이 달라진다. 그만큼 예민하고 섬세한 것이 커피이다. 바리스타의 손동작 1초가 그 맛을 다르게 만들기도 한다.
 
가끔 카페에 들어갔다가 우유 스티밍을 하는 소리를 듣고는 그냥 나올 때가 있다. 소리부터 거친 라떼는 절대 맛이 좋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조금 예민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은 고객의 권리이기도 하다.
 
그 어떤 평론가보다 민감하고 솔직한 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고객이다. 맛이 없거나 평소와 맛이 달라지면 다시는 그 식당을 찾지 않는다. 그 어떤 별점평가보다 날카로운 것이다.
 
외식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쁜 인테리어나 유동인구가 많은 역세권이 아닌 변함없고 한결같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오는 것이다. 카페도 마찬가지이다. 요즘 퇴직 후 치킨집과 더불어 카페나 차려보겠다는 얘기를 종종 듣곤 한다.
 
우리나라에선 카페를 진입장벽이 쉬운 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이 드는 탓에 큰 고민없이 차리다보니 골목마다 카페가 넘쳐난다. 그런데 그만큼 숙련된 바리스타와 함께인지는 의문이다.
 
고객은 바뀐 커피의 맛을 잘 모를 것이다 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카페를 연다면 절대 말리고 싶다.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아웃되기도 쉽기 때문이다.
 
음식을 만드는데도 장인정신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맛을 연구하고 기술을 연마해야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커피에 대한 사랑이 담겨야한다. 작은 잔에 담기지만 많은 연구와 기술이 필요한 것이 바로 커피이다.
 
우리나라에는 바리스타교육을 하는 곳이 많이 있지만 아직도 제대로 교육을 받지 않고 커피를 판매 하는 곳이 적지 않다. 바리스타는 원두의 종류에 따라, 날씨에 따라 적당한 조절을 할 줄 알아야한다. 그리고 고객의 마음을 채워주는 커피를 만들 줄 알아야 한다.
 
주문한 커피에서 담배향기가 난다면 다시 그 카페에서 돈을 주고 커피를 사 마시고 싶을까? 당장 지금 그 한잔도 다 마시기 어려울 것이다. 기술과 정성이 담긴 커피는 그 어떤 감동과 위로보다 진하게 다가올 수 있다.
 
이성무 동국대 전산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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