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권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여권 잠룡 중 보수 진영에서 거부감이 가장 적은 안 지사는 차기 대권 주자 1순위로 꼽힌다. 아울러 이미 당내와 청와대엔 ‘안희정계’가 다수 포진해 있는 상태다. 안 지사의 대권가도에 ‘청신호’가 켜진 듯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안 지사에게도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은 있다. 바로 중앙 정치 무대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그는 국회의원을 지낸 적도, 청와대에 재직한 경험도 전혀 없다. 이는 ‘포스트 문재인’을 꿈꾸고 있는 안 지사 입장에선 차기 대선 전까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임이 틀림없다. 정치권에서 안 지사가 ‘재보궐→전당대회→대선’ 플랜을 구상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안 지사의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충남보다는 서울, 공식 입장 표명은 연말쯤
- 박수현·나소열·권오중 등 ‘안희정계’ 청와대 입성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 잠룡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지사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대선 주자 반열에 올라선 이들에겐 ‘여당 프리미엄’까지 갖춰진 상태다.

박원순·이재명 ‘지방행’
안희정만 ‘중앙무대’로


재선 지자체장이자 3선 도전 여부의 갈림길에 서 있는 이들이 진로를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여권의 권력 지형도엔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이 자명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인물은 단연 안 지사다. 박 시장과 이 시장 모두 지방행으로 가닥을 잡은 반면 안 지사만이 중앙정치 무대 직행 코스를 밟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안 지사는 대선 경선 당시 문 대통령을 앞세운 친노와 적통 경쟁을 벌이는가 하면 중도보수층으로의 확장성까지 보여줬다. 중앙 정치 무대에서의 잠재력은 이미 충분히 인정받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지사가 아직까지 중앙 정치 경험이 전무한 것은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힌다. 안 지사가 3선 도전보다는 중앙 정치 무대로 직행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치권은 안 지사가 내년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뒤 곧바로 전당대회에서 당권까지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현재 재보궐선거가 확정된 지역은 안철수 전 의원이 사퇴한 서울 노원병이다. 또한 현역 의원이 의원직 상실 위기에 놓여 있는 서울 송파을, 충남 천안갑 지역에서도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당선이 가장 유력한 지역은 단연 천안갑 지역이다. 안 지사는 현재 충남지사로 재직 중이고, 지금까지 도정을 잘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에 출마시 당선은 기정사실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다만 안 지사 측 내부에선 재보궐 선거는 안 지사가 중앙 정치로 나아가는 첫 단추인 만큼 충청보다는 서울권에서 당선되는 게 그림이 더 좋지 않겠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대선 당시 안희정 캠프에 참여했던 한 측근은 “천안갑에 출마한다면 7년간 충남지사를 해 온 만큼 충분히 승산이 있겠지만, 이왕 충남지사직을 뒤로하고 국회의원에 나선다면 수도권으로 진출해 승부를 거는 게 맞다고 보는 만큼 서울지역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이렇든 정치권에선 이미 안 지사의 재보궐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반면 안 지사 측은 아직까지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안 지사가 6월 재보선에 출마하려면 선거 3개월 전인 3월에 지사직을 사퇴해야 하기에 올 겨울께는 어떤 식으로든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친노 좌장 이해찬·비문  
안고 당 대표 직행?


한편 일각에선 안 지사가 재보궐 선거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직행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고 있다. 현재 원내에는 안희정 지사를 받쳐 줄 측근들이 적지 않다.

김종민, 조승래, 정재호 의원을 비롯해 대선 당시 캠프 좌장 역할을 맡은 백재현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 현직 의원 4명은 ‘안희정계’의 핵심으로 안 지사가 전대에 출마했을 때 ‘안희정 사단’을 구성해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해찬 의원 등 친노 인사 일부와 박영선 의원 등 당내 비문 인사도 안 지사가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안 지사 측에 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친노 좌장 격인 이 의원은 지난 4·13 총선 공천에서 배제됐다.

이에 이 의원은 컷오프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탈당했고 세종시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컷오프 후폭풍 속에서 김종인 비대위와 친노 진영의 긴장감은 극에 달했지만 문재인 전 대표는 끝까지 이해찬 의원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에 대해 침묵을 지켰다.

이처럼 안 지사의 몸집이 더욱 커질 조짐을 보이자 친문 진영은 대선 조기 과열을 우려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강력한 드라이브가 걸리는 정부 출범 초기에 자칫 대선 경선에 같이 나섰던 잠룡 그룹이 조기 부상하게 된다면 국정 운영 동력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와대엔 이미 안 지사의 측근이 포진해 있는 상태이기에 문 대통령을 비롯 친문 진영의 속내는 더욱 복잡할 수밖에 없다. 안 지사의 측근 중 박수현 전 의원은 청와대 대변인으로, 나소열 전 서천군수는 자치분권 비서관으로 청와대에 근무 중이다. 권오중 전 정무특보는 사회혁신 비서관으로 입성해 있다.

이에 문 대통령 측에서도 대비책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발굴한 ‘뉴 페이스’들을 내년 지방선거에 차출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김부겸 장관을 대구 시장에 출마시켜 ‘전국 정당’ 그림을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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