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연장이 10월 13일 결정됐다. 자유한국당과 보수단체에서는 ‘정치탄압이자 법리 위반’이라고 불구속 수사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구속만기일인 10월 16일 자정을 앞두고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은 최장 내년 4월16일까지 구속이 연장됐다. 무엇보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벌어지면서 YS시절 노태우·전두환 전직 대통령 구속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도 전직 대통령 두 명이 ‘철창 신세’를 질 공산이 높아졌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MB 측, 전직 대통령 두 명이나 구속시킬 수 있나
- ‘때 되면 직접 나서겠다’는 MB, 결전의 날 준비 중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3월31일 구속된 이후 당분간 철창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은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를 비롯해 대기업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강요를 포함, 592억 원대 뇌물수수 등 18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9월 26일에는 검찰은 첫 구속 영장 발부 당시 포함되지 않은 롯데와 SK 뇌물수수 혐의관련 추가기소도 한 상황이다.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의 1심 판결이 10월 17일로 예정됐지만 연기가 불가피하고 유죄를 받을 공산은 더 높아졌다. 

구 여권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박 전 대통령을 석방해 보수 대통합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이 석방될 경우 탄핵에 찬성한 바른정당과 반대한 한국당의 통합은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1여다야 구도에 여당이 유리하게 치를 수 있어 석방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기도 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이 연장되고 유죄 판결이 떨어질 공산이 높아지면서 정치권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시절 국가정보원의 댓글공작 자체보다는 당시 청와대가 어떻게 얼마나 개입했는지를 가리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문화·예술계와 방송사 등에 대한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가열된 검찰 수사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2009~2012년) 당시 여야 주요 정치인들을 향한 비판 댓글 정치공작 수사로 전선이 확대됐다. 국정원내 꾸려진 적폐 청산 태스크포스는 원 전 원장 시절 국정원이 사회 각계 인사에 대해 온·오프라인에서 비판활동을 전개했다는 내부조사 결과를 지난 9월 25일 공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조국 민정수석 등이 대상이었다. 당시 야권 인사뿐만 아니라 여권인사인 홍준표, 정두언, 안상수, 원희룡 등 당시 정권에 비판적인 의견을 표출하면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 구속 일단락
다음은 MB?

무엇보다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이 지방선거 출마 예상자 명단 작성을 국정원에 지시하거나 ‘좌파 성향 연예인 실태 문건’ 작성을 요청한 민정수석실이 정치인들의 신상 자료와 자치단체장, 교육감 선거 관련 동향 보고 요청에 홍보수석실은 정치권의 국가기밀 유출 사례를 요청한 일 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검찰뿐만 아니라 집권 여당에서는 이 같은 국정원의 공작이 이 전 대통령의 지시나 묵인 없이 가능했겠느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두 번째 국정원장인 원세훈 전 원장을 비롯해 조직 전체가 정권 유지를 위해 총동원됐다는 의혹을 살 수밖에 없게 됐다. 이미 국정원이 작성한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문건’으로 박 시장은 이 전 대통령과 원 전 원장을 검찰에 고발해 수사선상에 올렸다. ‘블랙리스트’로 지목된 연예인들도 이 전 대통령을 고발했다. 국정원 TF팀 역시 원 전 원장, 김주성 전 기조실장을 수사 의뢰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전 대통령을 구속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정원으로부터 동향 파악을 당한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10월8일 MB 정부 당시 국정원이 DJ 노벨상 수상 취소를 위해 노벨위원회에 청원서를 보내는 방안을 상의했다는 일부 보도 관련 페이스북을 통해 “MB를 당장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가 이 전 대통령 등 구 여권 핵심 인사들을 향하면서 보수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발끈하고 나섰다. 특히 친이계가 다수인 바른정당의 경우 도덕성 타격을 우려해 적극 방어에 나섰다.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9월 28일  문 대통령과 가진 여야 영수회담에 참석해 “적폐청산이 아닌 정치보복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정치보복을 경험해 봐서도 그렇고 체질적으로도 정치보복에 반대한다”고 부인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앞 정부를 기획 사정해서는 안 된다”며 “적폐청산과정에서 혹시라도 정치보복 우려에 대해서 귀를 기울이겠다”고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청와대 기류는 정면돌파 분위기로 바뀌는 모습이다. 10월 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적폐청산과 개혁은 사정이 아니라 권력기관과 경제 사회 등 전 분야에 걸쳐 누적되어 온 관행을 혁신해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라며 “그것은 대한민국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적폐청산=정치보복’이 아니라고 언급했음에도 보수 야당이 정치보복으로 규정해 강력히 반발하는 데에 따른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다는 게 청와대 내 해석이다.

청와대의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 의지는 10월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연장이 결정되기 전날 세월호 문건을 공개하면서 명확하게 보여줬다.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은 이날 “박근혜 정부가 청와대가 세월호 사고 당시 대통령 최초 보고 시각을 사후 조작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발견했다”며 “사고 이후 청와대가 국가위기관리 컨트롤타워를 국가안보실에서 안전행정부(현 행정안전부)로 불법으로 바꾸는 등 국가 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변경한 자료도 발견했다”고 관련 문건 5종류를 폭로했다.

이어 임 비서실장은 “기존 위기관리지침(대통령령)에는 국가안보실장이 국가 위기 상황의 종합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고 돼 있던 것을 2014년 7월 말에 ‘안보 분야는 국가안보실이, 재난 분야는 안전행정부가 관장한다’고 김관진 당시 안보실장 지시로 불법적으로 변경했다”며 “법적 절차도 안 거치고 전 부처에 개정한 것으로 사후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참담한 국정 농단의 표본”이라며 “관련 사실을 수사 의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관련 문건에는 지난 2014년 4월 16일 사고 당일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최초 보고한 시점은 오전 9시 30분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낸 답변서에서 “오전 10시에 보고를 받고, 10시 15분 첫 지시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체 없는 6인회?
오프보다 SNS 통해 직통 라인

이와 관련 임 실장은 “첫 보고서가 작성된 6개월 뒤인 10월 23일 최초 상황보고 시점을 오전 10시로 변경해서보고서가 다시 작성됐다”며 “보고 시점을 30분 늦춰 대통령 첫 지시와의 시간 간격을 줄이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정치보복에 반대한다’, ‘앞 정부를 기획사정해서는 안된다’며 여야 4당 영수회담에서 언급할 당시만 해도 보수 야당 내에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석방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진 시기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약속과는 달리 박 전 대통령 구속이 연장되면서 막후에 청와대 안팎에 포진한 강경파 핵심 참모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게 아니냐는 의혹이 구 여권 내에서 나왔다.

특히 야권에서는 대선 공신이자 문재인 핵심 참모들로 이뤄진 ‘6인회’를 주목하고 있다. 한국당 한 고위 관계자는 “대선 과정에서 보여줬듯이 사람 좋은 문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정치보복은 없다’고 약속해도 핵심 참모들이 반대할 경우 대부분 의견을 따랐다”며 “두 번의 대선을 치루면서 정권을 잡는데 한몫한 대선 핵심 공신들이 문 대통령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6인회라는 강경파 핵심 참모들이 청와대 안팎에 포진해 문 대통령 이후에도 정권을 계속 잡기기위해서 이참에 보수 정권 핵심 인사들을 전부 날려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이들은 오프라인에서 만나기보다는 SNS를 통해 13년(5+4+4) 장기집권을 위한 큰 그림을 서로 공유하면서 ‘포스트 문재인’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서로 대면 접촉을 하지 않아 실체를 확인하기는 힘들지만 실제적으로 문 대통령을 움직이는 핵심 인사들로 6인방 또는 6인회로 불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 지난 대선에 승리하는 데 1등 공신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모임에 포함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문 대통령 핵심 참모 중에서 자타 공히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로 정치권에는 김경수, 전해철 의원과 노영민 주중대사 정도가 꼽히고 청와대에서는 임종석 비서실장,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 대통령 행사기획을 담당하는 탁현민 행정관 정도를 최측근 인사로 보고 있다. 당 밖 인사로는 문 대통령 임기 중 복귀가 점쳐지는 양정철 전 청와대비서관과 이호철 전 민정수석이 눈에 띈다.

강경파 참모의 득세로 불똥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튀고 있는 형국이다. MB 검찰 고발건에 청와대 정치사찰 의혹, 원세훈 전 국정원장 정치인 사찰,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 군 사이버 사령부 댓글 공작 지시건까지 검찰의 칼끝은 명확하게 MB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MB정권 인사들은 MB 관련 수사에 청와대 백원우 민정비서관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백 비서관은 민주통합당 재선 의원출신으로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선대위 조직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백 전 의원을 민정비서관으로 임명할 당시 2009년 노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헌화하려던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사죄하라, 어디서 분향을 해”라고 외쳤던 인물로 화제가 됐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다가가 고개 숙여 사과해야 했다.

MB 정권 인사들이 백 비서관을 주목하는 이유는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낸 데다 17, 18대 경기도 시흥 재선 의원으로 중량감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교수 출신인 조국 민정수석은 ‘검찰개혁’을 위해 뽑았고 민정수석실의 실세는 백 비서관이라는 게 정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정권 핵심 인사들은 문 정부의 ‘적폐청산’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구 여권 측, “조국은 검찰개혁용
실세는 백원우”

이명박 전 대통령은 9월 28일 “적폐청산은 퇴행적 시도”라며 “결국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또한 “때가 되면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면전도 불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동관 전 홍보수석 역시 “박 전 대통령이 (구속으로)일단락됐으니 목표물을 MB로 옮기고 있다”며 일전을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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