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2011년 당 대표에 당선되고도 5개월 만에 자진 하차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018년에도 재현될지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12월에 있을 당내 서열 2위인 원내사령탑 선출을 앞두고 ‘인물 부재론’에 빠진 모습이다. 자칫 친박계 인사가 당선될 경우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정치권에선 3년4개월 가까이 소요되고 있는 ‘성완종 리스트’사건 관련 최종 대법원 판결도 연말로 예정돼 갈 길 바쁜 홍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본격적인 한파가 몰아치는 12월, 홍준표 대표와 친박간 정치적 운명을 걸고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친박 홍문종 VS 비박 김성태 구도 ‘흔들’ 제3후보론
- 연말 대법원 판결 앞두고 親朴·洪 정치생명 건 ‘일전’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의 임기가 12월15일로 끝난다. 빠르면 12월 초 늦어도 중순 전에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한국당 원내사령탑 선거를 여야가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원내 제1야당의 대표라는 점에서 집권 여당은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핵심 파트너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국민의당을 비롯한 군소정당 입장에서도 정책별·사안별 연대 내지 공조를 해야 하는 만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친박과의 전쟁’을 선포한 홍준표 당 대표로선 정치적 운명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친박·비박 간 갈등이 완전히 소멸되지 않은 상황에서 차기 원내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당내 내홍이 심화돼 자중지란에 빠질 수 있는 데다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패배는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비박계 김성태 의원과 친박계 홍문종 의원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비박계에서는 조경태, 김학용, 나경원 의원, 친박계에서는 유기준, 한선교 의원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비박계, “일대일 구도...
결선투표 승리 자신”
 
한국당 의원이 116명이라는 점에서 1대1 구도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1차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서는 한 후보가 최소 55표 이상 얻어야 한다. 과반 이상 표를 얻지 못할 경우에는 결선투표를 치러 당선자를 뽑는다. 한국당에 정통한 인사에 따르면 현재 비박계 의원으로 40여 명으로 보는 반면 친박계 의원은 35명정도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중립 성향의 의원이 40여 명에 달하는 셈이다.
 
비박계에서는 1대1로 비박계 김성태 의원과 친박계 홍문종 의원이 세게 붙을 경우 김 의원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홍 의원이 당선될 경우 홍 대표뿐만 아니라 김무성 의원 등 복당파 23명을 위시한 비박계와 친박계 간 일전은 불가피하고 고질적인 병폐인 계파 간 갈등이 당 분열로 이어질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당내 중립 성향의 의원들이 김 의원으로 쏠림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제명당한 상황에서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서청원 두 인사마저 ‘출당’처리해야 하는 만큼 친박계 홍 의원이 원내대표에 오를 경우 유야무야될 것이라는 우려도 깔려 있다. 한편 1대1 구도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친박계나 비박계 모두 후보 단일화가 전제돼야 한다. 비박·친박 어느 곳도 단일화가 않되고 분열될 경우 당선을 낙관하기 힘들다는 게 양측의 공통된 인식이다.
 
설령 양 진영 모두 후보 단일화 작업이 무산돼 다자구도일 경우에도 당 지도부는 비박계가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1차 투표에서 친박계 후보가 원내대표가 되지 못할 경우 결선투표에서는 비박계보다는 친박계에서 이탈표가 더 많을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친박계 인사에 대한 검찰 수사도 친박계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경환 의원의 경우 국정원 특수활동비 1억 원 수수 의혹을 받고 있고 원유철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그리고 서청원 전 의원의 ‘오른팔’격인 이우현 의원은 수억원대 금품수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홍준표 대표 등 당 지도부에서는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박계 후보가 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결국 홍 대표 측에서는 ‘누구를 내세워야 하느냐’가 주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비박계 후보는 4명이나 되지만 차기 원내대표는 원내 제1야당으로서 현 집권 여당과 날선 공방을 벌여야 한다. 동시에 서·최를 제명시켜야 하는 데다 친박·비박 간 당내 갈등을 봉합해야 하는 어려운 책무가 있다.
 
그러나 현재 거론되는 비박계 후보 면면을 보면 당 지도부 입맛에 맞는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 조경태, 나경원, 김학용 후보는 당선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김성태 의원은 한국노총 사무총장 출신으로 원내 제1야당 사령탑으로서 ‘전투력’은 인정받고 있지만 홍 대표 진영에서 ‘신뢰성’에 회의적이다.
 
김 의원은 한국당을 탈당했다가 복당한 점이 아킬레스건이다. 친박계뿐만 아니라 잔류한 비박계 의원들에게도 신뢰감을 못 받고 있는 처지다. 또한 홍준표계라기보다는 김무성 계보에 가깝다는 점도 친홍계가 지지를 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 의원을 아는 한국당 내 인사들은 당보다는 ‘자기정치’를 할 공산이 높다는 점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고 있다. 김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 “비박계 마땅한 인물이...
제3후보 물색 중

 
이에 홍 대표 진영에서는 제3의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4선의 경남 마산이 지역구인 이주영 의원이 계파색이 엷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떠올랐다. 지난 11월21일 초선 의원 14명은 “혁신의 뜻을 같이하는 우리는 계파주의 배격을 천명한다”며 “계파정치, 패거리 정치가 정당정치를 왜곡해 정권까지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을 염두에 둔 집단행동으로 성명문에는 곽대훈, 김성원, 김성태(비례), 김순례, 김종석, 성일종, 송석준, 유민봉, 윤상직, 이은권, 정종섭, 정유섭, 최교일, 추경호 의원이 참여했다.
 
하지만 홍 대표 측에서는 이 의원이 계파 갈등완화의 적임자라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온건 합리적 성향으로 집권 여당과 일전을 불사할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친박계 청산 역시 마찬가지 시각이다. 오히려 홍 대표는 지난 대선 전 경남지사를 역임했다는 점을 들어 민주당 김경수 의원에 맞서 경남지사 후보로 나설 것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홍 대표는 ‘인물부재론’의 대안으로 3선의 윤상현 의원을 접촉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친박계’인 윤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을 ‘누나’로 부르고 정몽준 전 의원을 ‘몽준이 형’으로 부를 정도로 남다른 친화력과 거침없는 언사로 유명하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를 도와 친박 핵심으로 부상했지만 정치 입문은 2002년 당시 이회창 후보 정책특보를 맡으면서였다.
 
또한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김무성 당시 대표와 ‘욕설 파문’을 일으켜 공천에서 배제됐다. 하지만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남구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는 기염을 통했다. 다시 새누리당으로 복당해 현재까지 자유한국당을 지키고 있다. 친박계이면서도 홍 대표와도 관계가 나쁘지 않은 점도 접촉하는 데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친박계와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친박계 핵심 인사라는 점도 강점이다.
 
아울러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국제정치대학원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엘리트 이면서 ‘대여 공격수’로 적임자라는 판단도 홍 대표 진영에서 호감을 보내는 배경이다. 관건은 윤 의원이 홍 대표로부터 신뢰감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충성 맹세를 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현재 홍 대표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대법원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또한 서청원·최경환 두 인사를 차기 원내대표가 주도적으로 제명 처리해야 한다.
 
두 건 모두 홍 대표와 차기 원내대표 간 무한 신뢰가 전제돼야 할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홍 대표는 지난 2015년 7월 자살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기소됐다. 2016년 9월8일 1심에서는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2018년 2월16일 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홍 대표는 대법원 판결에서 ‘무죄’를 자신하고 있지만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높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는 입장이다.
 
통상 홍 대표처럼 불구속으로 합의부 재판을 받는 피고인의 상고심 처리기간은 평균 167일 정도 소요된다. 홍 대표는 270일이 지난 상황으로 연말 정도 대법원 판결이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의 주심 대법관은 심리가 시작된 지난 4월13일날 결정된 김창석 대법관이다.
 
김 대법관은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맡았을 당시 항소심 선고 후 대법원 선고까지 3개월뿐이 소요되지 않았다. 이에 금명간 있을 대법원 판결이 무죄가 나오면 정치인생 최대의 위기는 넘기지만 만약 반대의 경우 윤 의원은 ‘홍준표 병장 구하기’에 최전선에 서야 한다.
 
한국당·홍 대표 ‘운명’ 가를
원내대표 경선

 
무엇보다 홍 대표가 실형을 받을 경우 당헌당규상 당원권이 정지돼 불가피하게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럴 경우 차기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까지 겸임해야 하는 만큼 막강한 권한을 가지게 된다. 홍 대표 입장에서는 홍문종 의원이나 김무성 의원 계보인 김성태 의원이 원내대표가 돼선 안 되는 핵심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홍 대표 입장에서는 차기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에 조기전당대회를 준비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윤 의원의 ‘충성맹세’가 전제돼야 한다. 차기 원내대표 선거 결과에 따라 당의 진로와 운명뿐만 아니라 홍 대표와 친박계의 운명도 함께 좌우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