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손잡고 한국 시장 장악..규제는 피하고 로열티만 쏙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롯데그룹이 ‘일본 기업’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롯데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한국에서 급성장한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에도 이목이 쏠린다. 유니클로가 매년 로열티를 일본으로 보내는 만큼 국부 유출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여기에 국내 대기업들이 각종 규제에 손발이 묶여 주춤한 사이 유니클로 등 한국 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이 골목상권을 잠식하면서 국내 기업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그거 아시나요? 유니클로 등 외국계 유통기업의 의무휴일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거’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유니클로는 의무휴일이 적용되지 않는다. 유니클로가 외국계 기업이기 때문이다. 국내 유통기업이 하루 쉬는 동안 금전적 피해를 본다면 이 기간에 유니클로는 반대로 금전적 이득을 얻고 있다.  

국내 기업 역차별에 뿔난 토종 브랜드…정부에 규제 요구
밀레21과 같은 피해 기업들 성토 여전 ‘상생은 말뿐이다’


단일 브랜드로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한 ‘유니클로’의 파죽지세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니클로를 운영 중인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조1822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073억 원, 827억 원을 기록했다.

대다수 패션 기업이 2011년을 정점으로 최근 5년 동안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 회사는 흔들림이 없다.

문제는 한국 패션 시장에서 ‘유니클로’가 화려한 성적표를 그릴수록 소규모 업체의 불만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2000년대 중반까지 패션 시장을 주도한 이지캐주얼군은 ‘유니클로’ 등장 이후 백화점에서 크게 축소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에는 유니클로 때문에 문을 닫게 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밀레21의 박형근 대표는 “리모델링이 한창이던 시기 유니클로 담당자인 L팀장이 기초공사를 해달라고 해 밀레21측이 자비를 들여 모든 기초공사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오픈 3개월 남겨 둔 시점에 경영적인 이유 때문에 입점을 못 하겠다고 일방적인 통보를 해 왔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일본 본사 다다시 회장의 “입점을 하지 말라”는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유니클로의 경쟁사인 Z사에 비해 작은 점포를 배정받은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밀레21은 유니클로의 계약 해지로 회사 투자자를 잃게 되었고, 다른 브랜드의 계약 역시 지연되면서 결국 무역센터점 입점 해지 수순을 밟게 됐다. 함께 일하던 동료 70여 명도 각자 살길을 찾아야 했다.

이 외에도 ‘지오다노’를 비롯 ‘폴햄’ ‘NII’ ‘TBJ’ 등 몇몇 대표 주자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 백화점 무대에서 퇴장한 브랜드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여기에 ‘피케셔츠’를 주력 아이템으로 전개해 온 남성 트래디셔널을 비롯 드레스 셔츠, 진 캐주얼, 이너웨어, 아동복, 심지어 아웃도어에 이르기까지 ‘유니클로’ 광폭 행보에 무차별 폭격을 맞았다.

입방아 오른 日 유니클로 본사

유니클로의 성장 이면에는 소규모 업체의 몰락도 있지만 국내 대기업에만 적용되는 규제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유니클로가 외국계기업이라 국내 법망을 교묘히 이용하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다.

그 중 하나가 유니클로는 출점 제한이 없다. 2004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뒤 큰 인기를 끌며 9월 말 현재 전국에 180개까지 점포를 확장했지만 출점 제한이 없다. 
또 유니클로는 의무휴일에 적용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국내 대기업과의 역차별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국부 유출’ 논란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로열티 문제가 매년 이 회사의 주요 문제로 거론된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가 패스트리테일링과 유니클로에 지급하는 로열티는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2006년 4억 원에 불과하던 로열티는 지난해 366억 원으로 늘어났다. 10년 사이 로열티만 약 92배 늘어난 셈이다. 심지어 패스트리테일링은 매출 대비 로열티 비율도 늘렸다. 2006~2008년 0.7%에서 2009년 2.7%, 2013년 3.1%로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에프알엘코리아가 매년 지급하는 배당금까지 더하면 일본으로 흘러들어가는 자금은 크게 늘어난다. 에프알엘코리아는 2016년 회계연도 당시 140억 원을 패스트리테일링과 유니클로에 지급했다. 여기에 로열티까지 더하면 1년 사이 506억 원이 일본으로 넘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강화되는 정부의 유통 규제정책으로 국내 대기업들의 손발이 묶여 있는 사이 ‘규제 사각지대’인 외국계 기업들이 골목상권을 잠식하는 어부지리 사황”이라며 “한국땅에서 한국 기업이 역차별을 받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도 역차별 논란과 골목상권 피해를 고려해 가구, 전자제품, 식자재 등 대규모 전문점이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규제 필요성을 검토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논란만 키우는 상황이다. 누리꾼 일루***은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주지 않으면 안 될 일들이네요’라며 답답함을 전했다.

정부가 나서 불공정거래 잡아야

일각에서는 롯데쇼핑이 유니클로와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두고 일본에 모회사를 둔 롯데가 현지에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유니클로의 한국 의류시장 점령을 돕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유니클로와 합작회사를 만든 것은 아버지와 형을 제치고 한일 양국 롯데의 경영권을 거머쥔 신동빈 회장이다.

신 회장은 2005년 유니클로 론칭 기자간담회에 직접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또 신 회장이 경영권 분쟁으로 복잡한 시기 일본으로 건너가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회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최근 사회 전반을 떠들썩하게 만든 경영권 분쟁으로 반 롯데 정서가 팽배해진만큼 유니클로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유니클로는 국내 운영사인 에프알엘코리아 2대 주주인 롯데쇼핑의 강력한 유통망 덕에 국내 SPA업계 리더로 성장할 수 있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롯데쇼핑과 유니클로 모회사인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이 합작투자한 회사로 지분구조는 롯데쇼핑이 49%, 패스트리테일링이 51%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프랜차이즈 노예계약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고 있는데, 해외 기업과 손잡은 대기업 중에도 부당한 계약 조건으로 속앓이를 하는 사례가 많다. 이는 결국 국부 유출로 이어지는 중대한 일인 만큼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적으로 이뤄진 기업 간 불공정거래에는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