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선진국도 고령화로 화물차 운전자 부족 현상 심각

지난 2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김해간 창원터널 구 요금소 앞에서 드럼통에 유류를 싣고 달리던 5t 화물차가 콘크리트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아 유류통이 반대편 차 위로 떨어지면서 차량 9대가 화재로 이어져 3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친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전 세계적으로 화물차 운전자들이 점차 고령화되고 있다. 일본, 미국, 영국, 호주 등 화물차 운송 비중이 높은 해외 선진국에선 이미 고령화로 인한 화물차 운전자 부족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국내 역시 젊은 층의 화물차 운송시장 진입이 줄어들고 있으며, 화물차 운전자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와 비례해 고령의 화물차 운전자가 유발하는 교통사고도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화물차 운전자는 교통사고 발생 시 위험성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정부도 언론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으나 아직은 미흡한 실정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최근 창원터널 인근에서 5톤 화물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뒤 화물차에 실려 있던 드럼통이 반대 차로로 떨어지면서 드럼통에 담겨 있던 유류가 폭발해 3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을 입었다.

조사 결과 화물차가 과적 상태에서 고령의 운전자가 운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를 일으킨 화물차는 화물 적재 법적 허용치인 차량 무게의 110%(5.5톤)를 초과한 7.8톤의 유류를 싣고 운행했다. 최대 적재 가능한 무게보다 무려 2.3톤을 초과한 것이다.
게다가 당시 사고를 낸 운전자의 나이는 76세로 고령 운전자의 화물차 운전 위험성이 그대로 노출됐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05년 기준 전체 교통사고 중 65세 이상 운전자의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1만9066건(8.9%)이었으나 지난해에는 3만5761건(15.4%)을 차지하며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화물차 교통사고 자체도 만만치 않다. 매년 가장 많은 교통사고는 승용차 차종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화물차가 뒤를 잇는 상황이다. 화물차 교통사고는 2014년 2만8250건, 2015년 2만9128건, 지난해 2만6576건으로 매년 평균 2만5000여 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전망인 가운데 화물차 운전자 부족 현상은 곧 화물운송시장에서의 운전자 고령화로 이어져 교통사고 유발 상승으로 번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우려다.
 
일반화물차주 평균연령
49.9세…지속 증가

 
UN에서 규정하고 있는 고령사회 기준인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14%임을 감안했을 때 우리나라는 2017년부터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 20% 이상인 초고령사회 진입은 2026년으로 예상될 정도로 그 속도가 매우 빠르다.

한국교통연구원 물류연구본부 주인식 연구원이 ‘물류브리프’를 통해 발표한 ‘화물차 운전자 고령화 현상 분석 및 대응 방안’이란 연구문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화물운송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일반화물차주의 평균 연령은 2013년 48.9세, 2014년 49.3세, 2015년 49.9세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운전자의 고령화는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증가 및 교통사고 발생 시 사망자 수 증가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2015년 연령별 화물차 교통사고 발생 추이를 살펴보면, 21세 이상 50세 이하의 운전자 연령층에서는 사고 발생건수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반대로 51세 이상 운전자 연령층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5세 이상 운전자의 사고발생건수는 61세 이상 64세 이하 운전자보다 높은 특징을 보였다. 전체 화물차 운전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51세 이상 60세 이하 운전자 연령층 사고발생건수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년층의 교통사고 증가 이유는 노화로 인해 시력ㆍ청력이 감소하고 주의력ㆍ판단력 등 인지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박중규 대구대 재활심리학과 교수는 “고령 운전자는 신체적 기능 감퇴뿐 아니라 민첩성 저하와 인지능력 저하 문제를 겪기 쉽다”면서 “이는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고령 운전자는 일반 운전자보다 돌발상황에 대한 반응시간이 상당히 긴 것을 알 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돌발상황 도심 반응시간’이 일반 운전자는 평균 0.7초였으나 고령 운전자는 1.4초가 넘었다. ‘돌발상황 고속도로 반응시간’도 일반 운전자는 평균 1초였으나 고령 운전자는 1.3초 가까이 걸렸다. 이렇듯 고령 운전자는 돌발상황에 대한 반응속도가 늦어 사고확률이 높아 갈수록 노년층 운전사고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은 미흡한 실정이다.
 
뾰족한 대응책
없는 것이 현실

 
물론 교통안전공단은 ‘사업용 고령 운전자 적성검사’ ‘고령자 교통안전교육’ 등 노령운전자 안전사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도로교통법은 65세가 넘은 운전자를 대상으로 5년에 한 번씩만 적성검사를 받으면 면허를 갱신해 계속 운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 70세 이상 일정 연령부터 면허 갱신 주기를 단축하고 있는 추세에 맞추어 정부도 2014년 8월 관련 규정 개정을 추진하려 했으나, 고령층의 반발로 철회한 바 있다.

비영업용 차량 운전자와는 달리 개인사업자가 주를 이루는 화물차를 비롯한 영업용 화물차 운전자들도 면허 갱신 주기 단축 및 검사 강화에 크게 반발하고 있어 화물차 운전자 고령화 대응책 역시 미흡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 속도를 볼 때 2020년경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4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화물차 운전자 중 고령 운전자의 비율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나 운전자의 자발적인 면허증 반납과 면허 갱신 주기 단축 및 검사 기준 강화 말고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대부분이 개인사업자인 영업용 차량 운전자들은 이마저도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령층에 대한 역차별과 지나친 규제라는 것.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 마찬가지로 고령층의 교통사고 발생률이 증가했으며 면허 반납과 갱신 주기 단축 및 검사 기준 강화 등의 대응도 거의 비슷하다. 더불어 화물차 운전자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 위주보다는, 청년과 여성에게 화물운송업을 권하고 운송업체에는 청년과 여성을 고용하는 것이 고객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캠페인을 벌이는 등의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주인식 한국교통연구원 물류연구본부 연구원은 “일본의 화물차 운전자에 대한 청년·여성 고용 정책은 우리나라도 대안으로 모색할 만하다”며 “그러나 관련 제도의 정비에 앞서 고령 운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객관적인 통계자료와 사례를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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