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환불 먼저 완료해라" vs 깨끗한나라 "제품 안전성 문제 없다"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 문제로 논란이 됐던 생활용품 기업 ‘깨끗한나라’가 최근 릴리안 제품의 판매를 재개했다. 지난 25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국제인증전문기관인 스위스 SGS사에 자사 생리대 제품에 대한 유해 물질 검출 실험을 의뢰한 결과, 휘발성유기화합물(VOC)·환경호르몬·중금속 등 27종 모두 불검출 판정을 받았다고도 했다. 문제는 아직 몇 가지 유해물질에 대한 식약처 검사가 남은 상황에 대해서는 누락했다는 것. 또한 유해물질 검출 논란 전 제조된 제품들이 재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은근슬쩍 다시 가판대에 올린 것이 소비자 기만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논란 前 제조된 생리대 제품 ‘1+1 행사’ 등으로 유통
사측 “안전성 검사 마쳐 판매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깨끗한나라는 식약처의 1차 안전성 검사가 끝난 지난해 10월 생리대 릴리안 제품의 판매를 재개했다. 문제는 유해물질 검출 논란이 불거진 지난해 8월 전 제조된 제품들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는 것.

일요서울이 서울시 성북구 일대 편의점 및 대형마트를 돌아본 결과 ‘릴리안 숨,쉬다’ ‘릴리안 the건강한 순수한 면’ 등의 제품이 유통되고 있었다. 특히 편의점에서는 1+1프로모션까지 시행하며 소비심리 자극에 집중하는 듯 보였다. 이 제품의 제조일자를 보면 ‘릴리안 숨,쉬다’는 2017년 4월 21일, ‘릴리안 the건강한 순수한 면’은 2016년 12월 30일로 돼 있다.

이는 유해물질 검출 논란 이전에 제조된 것들로, 소비자로부터 반품된 제품이 재유통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직 조사 남았는데… 은근슬쩍 판매 재개
 
이번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유통 재개는 유해물질 조사가 완전히 종결되지 않은 시점이라 소비자들의 분노는 더욱 크다.

식약처의 지난해 9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친 전수조사와 국제인증전문기관인 스위스 SGS사의 27종에 대한 실험 결과 유해물질 불검출 판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프탈레이트·다이옥신 등 일부 화학물질에 대한 식약처의 조사가 남은 상황. 식약처는 올해 5월까지 이들 물질에 대한 조사를 실시, 발표할 방침이다. 즉 유해물질에 대한 조사가 아직 ‘현재진행형’인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끗한나라는 안전성 검사를 마쳤다고 열띠게 홍보하며 이미지 쇄신을 위해 애쓰고 있다. 실제로 릴리안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고객 여러분께 올리는 말씀’이란 제하의 팝업창이 뜬다. 해당 안내문은 “많은 분들이 생리대 안전성에 대한 우려와 혼란을 겪은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당사는 생리대를 더욱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안전성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노력하겠다”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특히 생리대 릴리안의 환불 조치도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판매 재개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따갑다. ‘도의적’으로 시행하겠다던 생리대 환불은 기약 없이 지연하면서 은근슬쩍 판매를 재개하는 것은 소비자 기만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앞서 깨끗한나라는 지난해 8월 릴리안 생리대 발암 물질 검출 논란이 불거진 후 지난해 8월 28일~9월 15일 환불 신청을 실시, 지난해 10월 21일~12월 31일 환불 처리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유해 물질 검출 수준이 인체에 유해한 정도가 아니다”는 식약처 발표와 별도로 소비자 불안 해소를 위한 조처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약속된 12월 31일이 한 달여 지난 지금까지도 일부 소비자들에 대한 환불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한 소비자 고발 사이트에는 1월 1일 이후 릴리안 생리대 환불 미처리와 관련해 30건 이상의 민원이 제기됐다. 대부분이 “연락도 없다” “생리대 환불 역시 생색내기였나” 등의 내용이며, 심지어 1월 초까지도 아직 회수조차 안 해갔다는 불만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소비자고발센터에 민원을 제기한 신모(35) 씨는 본지에 “소비자고발센터에 글을 남긴 후 어제(23일) 처음으로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신 씨 말대로라면 지난해 9월 11일 제품을 회수해 간 후 약 5개월 만에 깨끗한나라 측에서 처음으로 연락이 온 것. 1월 초 여러 매체를 통해 릴리안 제품 환불 지연 관련 보도가 나간 후 단체 문자가 한 번 왔을 뿐 그동안 어떤 연락도 없었다는 게 신 씨의 증언이다. 신 씨는 “전화 와서 계좌번호 등 몇 가지 간단한 확인만 했을 뿐 환불 시기 등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었다. 심지어 (릴리안 환불 신청을 한)주변 지인들에게는 도리어 ‘얼마를 환불받아야 하느냐’고 묻는 등 본인들(깨끗한나라 측)조차도 현황을 잘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신 씨는 “예전에 하기스 기저귀 파동 당시 환불 신청을 했을 때는 3일 만에 모든 처리가 완료됐다. 근데 이렇게까지 지연되니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라며 “깨끗한나라에서는 환불 미처리된 소비자가 5%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것도 확실한지 모르겠다. 내 주변에는 거의 환불을 받지 못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깨끗한나라 측 해명은?

이러한 일련의 논란들에 대해 깨끗한나라 측은 ‘할 말 있다’는 입장이다. 우선 깨끗한나라는 논란 전 제조된 제품이 다시 유통되는 이유에 대해 “제품에 문제가 있어서 환불 조치를 한 것이 아니라 한 교수의 과학적인 근거 없는 발언으로 소비자의 불안이 커져 소비자 편의를 위한 자발적인 조치였다. 정부에서 2차에 걸쳐 위해성이 없다고 발표했으므로 제품 판매에는 문제가 없다. 또한 특정 시기에 제조된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제조시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품된 제품들은 모두 폐기 처분했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자체적으로 국제인증전문기관인 스위스 SGS사에 조사를 의뢰한 결과 모든 항목에서 유해물질 불검출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SGS사가 불검출 되었다고 밝힌 항목에는 정부가 조사 중인 프탈레이트, 다이옥신 등이 포함돼있다. 즉 제품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환불 지연과 관련해서는 “소비자들에게 개별 연락을 취해 지연 사유를 설명했다. 일부 소비자들의 경우 접수한 내용과 회수한 내용의 차이가 있고 이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예상 보다 많이 소요됐다. 99% 이상이 환불 조치 되었으며 아직 미처리된 사안은 빠른 시일 안에 마무리 지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깨끗한나라 관계자는 “잘못된 정보로 인해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게 되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소비자들이 더욱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 안전성 강화를 위해 업계 공동의 노력은 물론 자체적으로도 투명한 정보 공개와 안전성 강화에 앞장서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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