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유 대한민국 국민이다”

유튜브 화면 캡처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상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 위원장‧인공기 사진을 소각하거나 찢는 릴레이 퍼포먼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22일 대한애국당이 서울역 광장에서 현송월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 등 북측 예술단 파견 사전점검단이 도착할 무렵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반대하며 김 위원장‧인공기 등에 대한 화형식을 진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날 대한애국당의 행위에 경찰은 사전에 신고를 하지 않은 집회였다며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보수단체의 우발적 행동에 일각에서는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으나 이번 온라인상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세대는 아이러니하게 2030 청년들이다.

경찰, 보수단체 집회 제지·수사 착수
청년들 불 들고 일어선 까닭은?


방남(訪南) 이틀째인 지난달 22일 현송월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 등 북측 예술단 파견 사전점검단의 서울 방문에 앞서 한 보수단체가 인공기를 불태우는 등 반대시위를 벌였다.

대한애국당은 이날 오전 11시경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비판하며 김정은 북한 노동 위원장 사진과 인공기 화형식을 강행했다.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를 비롯한 보수단체 회원들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북한 체제의 선전장으로 변질될 것을 우려하며 북측 선수단의 올림픽 참가 및 공연에 대해 반감을 드러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북측 점검단이 도착할 무렵 미리 준비한 토치로 인공기와 한반도기, 김 위원장 사진을 불에 태우려 했으나 경찰이 황급히 소화기로 진압해 제지됐다. 이 과정에서 보수단체와 경찰 간의 물리적 충돌이 수차례 있었다.

 
<뉴시스>
   경찰 “조원진 대표 처벌 가능“
 
이후 경찰은 대한애국당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대한애국당이 사전에 신고하지 않은 집회를 개최한 혐의(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미신고 집회인 만큼 불법 집회로 볼 수 있다”면서 “현행법상 불법 집회를 주도한 단체의 대표에 대해 처벌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또 경찰은 국민이 김 위원장의 사진을 불태운 행위에 대해 고발할 경우에도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현행법상 모욕죄는 친고죄인 반면, 명예훼손 혐의는 반의사불법죄로 친고죄에 해당되지 않아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국민 또는 시민단체와 같은 제3자가 고발 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김 위원장 사진을 불태운 행위를 문제가 있다고 보고 국민이 고발장을 제출하면 형식상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면서 “법리적으로 수사하는 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대한애국당은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문재인 정권은 북한 김정은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나머지 인공기를 태웠다는 이유로 대한애국당을 비롯한 국민을 조사하겠다고 하고 있다”면서 “경찰이 조사를 진행하겠다면 정치적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북한은 과거에도 보수단체의 인공기 등의 소각 행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반발한 바 있다.

북한은 지난 2003년 8월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앞두고 보수단체가 마련한 ‘반김 반핵 8·15국민대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초상화와 인공기 등을 소각한 것을 두고 체제 모독을 이유로 대회 불참을 시사한 바 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유감을 표명하면서 사태가 수습됐다.
 
“이곳이 대한민국인가
북한인가“

 
최근 SNS상에서 지난달 22일 보수단체의 행동과 같은 맥락의 퍼포먼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2030세대 누리꾼들이 일명 ‘김정은 화형식’, ‘북한 찢기’ 등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것. 이와 관련한 사진과 동영상이 SNS에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상황. 현재까지 동영상은 300개가 넘는다.

이들은 “나는 자랑스런 자유 대한민국 국민이다”, “대한민국은 자유국가다” 등의 짤막한 말을 외친 뒤 김 위원장 사진 또는 인공기가 그려진 종이를 찢거나 불태운다. 또 이들은 릴레이 캠페인을 독려하고 있다.

현재 이 캠페인에는 2030세대 외에도 어린 아이들, 주부, 직장인들도 동참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에 동참한 개인사업자 박모(37)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의 주적인 김정은 사진을 소각한 것인데 대한민국 경찰이 명예훼손죄로 수사할 수 있다고 자국국민을 협박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자유’라는 표현이 빠진 현 정부의 개헌 추진을 결사반대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캠페인 동참 취지를 밝혔다.

이번 캠페인 배경은 지난달 22일 경찰이 보수단체 집회 제지‧수사에 본격 착수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반발이다. 경찰의 움직임에 캠페인은 더욱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박 씨는 또 “우리가 살고 이곳이 대한민국인지 북한인지 모르겠다”면서 “우리 선혈들이 핏 값, 목숨 값을 지불해 힘들게 지켜온 이 자유가 이제 없어질 지경에 이르렀다고 생각했기에 더는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대한애국당은 이를 놓고 “청년 2030 세대들의 실망과 허탈감은 문재인 정권의 불공정, 불의, 불법, 불평등에 대해 인공기와 김정은 화형식, 평창유감 등 다양한 모습들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 김정은의 평창올림픽 개막식 전날 자행하는 ‘열병식’은 더 큰 국민의 저항을 불러올 것이고, 국민의 분노감에 기름을 붓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최근 SNS에 “박근혜‧이명박 화형식은 무죄, 김정은 화형식은 유죄? 트럼프‧아베 화형식은 무죄, 김정은 화형식만 유죄?”라면서 “경찰, 뇌가 어떻게 된 것 아닙니까?”라고 썼다.

이어 “남북 화해 국면에 민간인도 아니고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고의로 김정은과 인공기를 훼손하는 건 분명 적절치 않다”면서도 “하지만 이걸 명예훼손으로 처벌하려는 경찰도 정상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