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부동산을 매매할 때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계약금의 10%가량을 계약금으로 지급하고 중도금과 잔금 날짜를 정한다. 그런데 이 경우 매매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지 아니할 경우, 특히 매수인이 제때에 중도금이나 잔금을 지급하지 아니할 경우 계약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간단하게 “매도인은 계약금을 몰취하고 그 부동산을 다른 곳에 팔아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먼저 계약의 해제권은 어떻게 발생하고 언제까지 어떻게 행사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해제권의 종류(약정해제권과 법정해제권)

매매계약에 있어 계약의 해제권은 크게 약정해제권과 법정해제권으로 나뉜다(민법 제543조 1항). 약정해제권은 말 그대로 당사자 사이의 계약에 의해 해제권을 발생하는 것이다. 예컨대 매수인이 중도금지급일까지 은행에서 대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미리 약정해 놓는 경우이다. 후술하는 해약금에 의한 해제도 약정해제권의 일종이다.

법정해제권은 법률에 의해 발생하는 해제권으로서 이행지체와 이행불능이 있다. 이행지체는 채무자의 유책사유(고의 또는 과실)에 의해 이행기 안에 이행을 하지 아니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예컨대 매수인이 중도금이나 잔금을 지급일 안에 지급하지 아니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이러한 이행지체가 있다고 해서 바로 계약이 자동해제 되는 것은 아니다. 채권자는 반드시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최고해야 한다(민법 제544조 본문). 상당한 기간이라 함은 계약의 성질과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식적으로 정해진다. 다만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최고를 요하지 아니한다(동조 단서). 최고기간이 끝나면 그 때 비로소 채권자에게 해제권이 생기게 되며, 최고기간 안에 채무자가 이행 또는 이행의 제공을 하면 채권자의 해제권은 상실된다. 

채무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계약의 이행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었을 경우에도 해제권이 발생한다(민법 546조). 예컨대 매도인이 실수로 집에 화재를 내어 전소된 경우 이행불능이므로 매수인은 이행불능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이행이 불가능하므로 채권자의 최고는 필요하지 않으며 바로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매매계약 해제의 효과

 위와 같이 계약이 해제되면 서로 더 이상 계약상 이행 의무가 없게 된다. 그리고 그 동안 서로 주고받았던 것에 대해 상호 원상회복 의무가 있게 된다. 즉 계약체결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 결과 금전을 지급받은 사람은 이자를 붙여 돌려줘야 하고, 부동산을 사용수익한 사람은 그 이익을 반환해야 한다. 하지만 계약불이행의 책임이 있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그럼 부동산 매매계약 할 때 지급된 계약금은 어떻게 되는가? 민법은 계약금을 해제권을 보류하기 위해 주고받은 해약금으로 추정하고 있다. 즉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65조 1항). 이를 ‘해약금에 의한 해제권’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해약금에 의한 해제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해제가 아니므로 별도의 손해배상청구권은 발생하지 않는다(동조 2항). 다만 이러한 계약해제는 ‘당사자의 일방이 계약의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만 행사할 수 있다. 예컨대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중도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이미 계약의 이행에 착수한 것이므로 해약금에 의한 계약해제권은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매도인이 채무불이행을 하지 않는 한 매수인은 계약해제를 할 수 없다.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에 의한 계약해제와
매도인의 계약금 몰취 가능 여부


예컨대 매수인이 중도금을 지급한 상태에서 잔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은 경우 매도인의 입장에서는 상당기간 최고를 거쳐 채무불이행(이행지체)으로 인한 계약해제가 가능하다. 그럼 이 경우 매도인은 계약금 전액을 몰취할 수 있는가? 이 경우 매수인의 입장에서는 이미 중도금까지 지급한 상태이므로 해약금에 의한 계약해제도 못하고, 매도인의 채무불이행이 없으므로 법정해제권도 행사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매도인만이 계약해제가 가능한데, 이 때 계약금의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 계약금 전액의 몰취가능 여부가 결정된다.

통상적으로 계약을 할 때 매수인이 이행지체를 할 때 매도인이 계약금을 몰취한다고 계약서에 적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약정은 통상 위약금 약정으로 취급되는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거래관행 및 경제상태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그것이 일반 사회인이 납득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 경우라면 적어도 그 초과 한도 내에서는 예정액을 부당하게 과다한 것이라고 보아 매도인은 계약금 중 일부를 매수인에게 돌려줘야 한다(대법원 1995. 3. 24. 선고 94다10061 판결 등). 다만 통상적으로 계약금을 총 매매대금의 10% 정도 받는 경우에는 이는 손해배상의 예정으로 과도하다고 보지 않기 때문에 매도인이 계약해제를 하여도 계약금 전액을 몰취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매도인이 계약금을 10% 이상 받은 경우에는 달리 해석될 여지가 있다. 즉 매도인이 실제 손해에 대한 입증을 못할 경우 계약금 중 일부는 법원에 의해 감액되어 나머지를 매수인에게 반환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나아가 계약서에 이러한 위약금으로서의 몰취조항조차 아예 없는 경우에는 계약금은 단지 해약금의 성질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 결과 계약이 당사자 일방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해제되었다 하더라도 상대방은 계약불이행으로 입은 실제 손해만을 배상받을 수 있을 뿐 계약금이 위약금으로서 상대방에게 당연히 귀속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6. 6. 14. 선고 95다54693 판결). 즉 매도인이 매수인의 이행지체로 계약을 해제한 경우 그로 인한 매도인의 실손해를 입증하지 못하는 한 계약금의 일부를 매수인에게 반환해야 할 수도 있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매도인의 입장에서는 설사 매수인이 이행지체를 하였다고 해도 계약해제권을 행사하는 것보다는 등기이전에 관한 이행제공을 하여 상대방을 이행지체에 빠뜨린 뒤 잔금지급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판결문을 받아 연 15%의 이자를 청구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 판결이 확정될 경우 그 지연이자로 매수인으로부터 지급받은 계약금과 중도금을 상계처리해 버리면 수년 후 매수인에게 돈을 거의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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