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가능성·선거 연대·비례 3인…실제 노림수는 ‘포스트 地選’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박주선 공동대표, 유승민 공동대표, 안철수 전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바른미래당을 출범시키고 일선에서 물러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향후 행보가 정치권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6·13지방선거에서 어떠한 역할도 맡겠다고 밝힌 안 전 대표는 현재 서울시장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미 선거 캠프를 차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안 전 대표의 지방선거 출마가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들이 곳곳에 펼쳐져있다. 이에 따라 실제 안 전 대표의 노림수는 ‘포스트 지방선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시장 몸 푸는 安…외곽 조직 물밑 움직임도
암초 곳곳…“낙선해도 선전하면 ‘安 대안론’ 힘 받을 듯”

 
안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는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당내 의원과 측근을 중심으로 등판론이 고조되고 있으며, 안 전 대표를 돕는 외곽 조직이 출마 대비차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나와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안 전 대표는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구체적 역할에 대해 여러 의견을 듣고 있으며, 출마했을 때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당선 가능성이 높은 곳 등을 염두에 두고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연대 불가’ 거듭 외쳤으나
‘트로이목마 3인’도 부담

 
하지만 안 전 대표가 서울, 부산 등 어느 곳에 출마하더라도 당선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최근 TBS 라디오에 나와 안 전 대표의 당선 전망에 대해 “쉽지 않다”고 했고, 박시영 윈지코리아 부대표도 “결과는 안 전 대표가 당연히 진다”고 말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도 “현재 판세로 볼 때 당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했다. 지난 22일 리얼미터 조사, 23일 발표된 갤럽 조사에서도 바른미래당은 통합 출범이 무색할 정도로 큰 폭으로 지지율이 하락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유한국당과의 선거연대론이 자연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현재 양당은 선거연대에 대해 손사래를 치며 선을 긋는 모습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난 14일 여의도 당사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항상 우리의 색깔과 힘으로 선거를 치렀지 타당과 연대한 일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잘라 말했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의 경우도 20일 국회 의원총회 후 취재진과 만나 “한국당은 극복의 대상”이라고 했고, 김동철 원내대표는 21일 제1차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적폐 청산을 정치 보복이라고 강변하는 한국당과 0.001mm의 연대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기조가 끝까지 이어질 거라고 예상하는 시각은 거의 없다. ‘개혁 보수’를 표방하는 바른미래당과 ‘보수 적통’을 자처하는 한국당이 후보를 따로 낼 경우 표가 갈라져 필패가 자명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한다면 당 존립이 흔들릴 수 있는 양당이 민주당만 도와주는 상황을 방관할 리 없다.
 
이에 따라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명시적 연대가 아니라 후보 간의 단일화를 방관하는 묵시적 연대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홍문표 한국당 사무총장은 “군소정당(바른미래당)이 살기 위해 정치적으로 어떤 요청이 먼저 들어온다면 검토할 수 있다”고 발언, 연대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서울·경기 수도권 등 부분적 선거연대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안 전 대표에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간 안 전 대표는 한국당과의 연대에 대해 누구보다 앞장서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는 각종 인터뷰 등에서 “한국당은 주변화돼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가 한국당을 축소시킬 마지막 기회”, “지방선거에서 2등 정당이 돼 한국당을 누르는 게 목표” 등 수차례 ‘반(反)한국당’ 발언을 했다.
 
이를 뒤집고 한국당과의 선거 연대를 추진할 경우 정치적 명분을 상실할 뿐만 아니라 범여권에 빌미를 줘 서울시장 선거와 함께 전체 판세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 21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철수의) 구태 정치, 한풀이 정치, 지긋지긋하다. 끝내버리겠다”며 공세를 예고했다.
 
또 몸은 바른미래당에 있지만 마음은 민주평화당에 있는 ‘비례 3인방’(박주현·이상돈·장정숙 의원)의 거취 문제도 안 전 대표에게 향후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의 ‘몸 따로 마음 따로’ 의정활동이 계속될수록, 안 전 대표가 지난 총선에서 겪었던 같은 사례를 현재는 달리 적용한다는 ‘내로남불’ 비판이 거듭 회자될 수 있어서다.
 
박주선 공동대표도 지난달 ‘비례 출당 시 의원직 유지’ 법안을 공동 발의했지만 지금은 “안 된다”며 입장을 바꿨다. 이상돈 의원은 민평당 당정책연구원장직을 사실상 수락하며 본격 활동에 나설 태세다.
 
선거 이후 노리나
“자기 세력 확보 필요”

 
이처럼 안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가시밭길이 예상되면서 안 전 대표가 실상은 지방선거 이후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엄경영 데이터앤리서치 소장은 “(안 전 대표가) 떨어지더라도 서울에서 선전하게 되면 전국적으로 크게 패배하더라도 ‘안철수 대안론’이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이후 새 지도부를 꾸릴 예정인 바른미래당이 다시 안 전 대표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안 전 대표의 출마가 그간 그의 약점으로 꼽혀 왔던 사람, 조직 등의 ‘자기 세력’을 키우기 위한 발판으로 삼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노원병 당협위원장은 최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안 전 대표는 지금까지 정치하면서 ‘왜 나는 항상 세력이 없을까’ 고민해 왔던 분”이라며 “서울시장 나가서 당선되든 못 되든 30% 이상의 득표율만 얻을 수 있으면 본인으로 인해 당선되는 기초의원들도 있을 것이고, 본인이 선거를 이끌어 본인에 의해 당선된 사람을 많이 만들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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