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마라톤 참가‧전국체전 동시 개최부터 협동농장까지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교두보가 마련됐다.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비롯해 국군포로, 이산가족 상봉 등의 문제는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오랜만에 이어진 남북교류의 끈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교류사업을 제의하며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지자체는 서울시와 강원도다.
 
한반도 비핵화‧국군포로‧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서울시 2004년 교류 시작, 남북교류협력기금 200억 조성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2일 오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남·북태권도 합동 시범공연’에 참석해 내년 100주년을 맞는 전국체전의 서울-평양 동시 개최를 북측에 공식 제안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전국체전 동시 개최하자

 
당시 박 시장은 “지난주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다. 날씨는 추웠지만 결코 춥지 않았다”며 “뜨거운 가슴이 있었기 때문이다. 역대 올림픽 중 가장 작은 개최지라는 평창, 결코 작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강원도 작은 시골마을 평창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쏘아올리고 전 세계의 환호, 평화의 거대한 강물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청에서 우리는 또 만났다. 이번에는 태권도로 만났다. 남한도 어릴 때부터 태권도를 배운다. 친숙한 운동이다”며 “우리 민족의 기상을 잘 보여준다. 지난주 평창 동계올림픽 사전행사에서 보여준 것은 전 세계에 큰 용기,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남북 갈라져 있지만 결국 하나”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평화와 번영이 깃든 한반도를 우리 품안에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제 책상 맨 윗서랍에 서울 평양 교류사업 문서 들어 있다”며 “전문가와 공무원이 머리 맞대고 남북 교류 논의해 왔다. 이제 곧 빛을 볼 날이 오지 않겠느냐”고 희망을 말했다.

박 시장은 특히 “앞으로 100년은 분단이 아니라 평화의 시작이어야 한다”며 “개막식 서울, 폐막식은 평양에서 올리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라톤은 북측에서 출발해 군사경계선 넘어 남측으로 왔으면 좋겠다”며 “두 도시가 평화통일의 역군으로 등장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04년 5월 북한 용천역 열차 폭발사고 때 처음으로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지속적인 협력을 위해 남북교류협력기금 200억 원을 조성했다. 시는 의약품 지원과 문화재 공동발굴 등 교류협력사업도 추진해 왔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내내 이어진 남북관계 경색 탓에 성과를 내지 못했다.

서울시는 내년 서울에서 열리는 제100회 전국체전에 북한선수들을 초청하기 위해 평양시선수단에 초청 서신을 발송할 방침이다. 통일부에 북한 주민 접촉신고 후 평양시체육협회장에게 전국체전 참석을 요청하겠다는 세부계획도 세웠다.

서울과 평양의 축구단이 경기를 벌이는 행사인 ‘경평축구’를 부활시키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공개된 ‘2019년 제100회 전국체전 추진계획’에 따르면 시는 올해 안으로 경평축구 단계별 실행 방안을 수립한다. 이를 위해 남북한 전문 교수와 체육인 등 총 10명 안팎으로 꾸려진 ‘경평축구 부활 자문회의’를 결성할 계획이다.

전국체육대회 북한선수단 참가가 성사될 경우 서울시는 서울-평양 양도시 간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도시 간 교류를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나아가 2020년 이후 양 도시 간 상호 방문 순환교류, 전 종목 대상 교류대회 등을 추진한다.

이 밖에 서울시는 오는 4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평창군 상지대관령고등학교 전시장에서 열리는 ‘고려 건국 1100년, 고려황궁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발굴 평창특별전’ 후속 전시를 연다. 전시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남북이 공동 발굴한 개성 만월대의 주요 출토 유적·유물을 정보기술로 구현한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제2 개성공단 조성 계획

 
강원도도 서울시만큼이나 남북교류에 적극적이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난 1월 22일 YTN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시사 안드로메다’에 출연해 “올해 4월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마라톤대회에 강원도가 참가하고, 6월과 10월에는 평양과 강원도에서 남북한 유소년 축구대회를 열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최 도지사는 “지금 스포츠로 교류를 시작했지만 이산가족 찾기, 문화 교류 등으로 확대해 10년 전 MBC 사장 당시 성사시킨 뉴욕필 오케스트라 평양 공연같이 최종적으로는 국제적인 교류로 넓혀 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마라톤대회의 경우 최 도지사는 직접 참여의사를 밝힌 바 있다.

또 최 도지사는 제2 개성공단 조성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 도지사는 “현재 개성공단이 북한에 있어 불안정한 운영방식의 한계점을 보완해 강원도 철원에 공장도 짓고 북한 근로자들이 와서 근무하게 하는 평화산업단지 조성 계획도 이미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도 외에도 충청북도도 남북교류에 거는 기대가 크다. 특히, 정부에서 국제행사로 승인받아 2019년에 열릴 충주 세계 무예마스터십대회(무예마스터십)에 북한 선수단 초청이 실현될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2016년 청주에서 열린 세계 무예마스터십대회에서도 북한 선수단 초청을 추진하다 남북 관계 경색으로 무산된 바 있다. 이미 남북교육협력기금 21억 원을 확보하고 있어 북한 선수단 초청에 따른 부대비용 마련 부담도 없는 상태다.

이외에도 도립교향악단 남북 합동연주회와 북한 소장 고문헌 DB 구축과 기록물 보호, 취약계층 지원, 긴급구호, 북한 농촌 현대화, 산림 분야 협력, 보건의료 지원 등 여러 사업에서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4년 북한 강원도 고성군 삼일포에 2㏊, 2007년 금강산 신계사 인근에 1.5㏊의 과수원을 조성했던 제천시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제천시가 북한 땅에 과수원을 조성한 것은 당시 금강산 관광객에게 제천사과를 홍보하고 통일 이후 북한에서 제천사과를 선점한다는 취지였다. 북한은 과수원 조성을 위한 노동력을, 시는 사과 재배기술과 종자, 비료를 각각 제공했다.

2005년에는 사과나무 1600그루, 복숭아나무 900그루를 심은 삼일포 협동농장에서 사과 80여 상자를 처음으로 수확했고, 2007년에는 2t의 사과를 땄다.

2008년 신계사 농장에 심은 사과나무 1000그루에서도 1t의 수확을 예상하고 금강산 사과수확 축제를 열 계획이었으나 7월 11일 금강산 총기사고로 남북교류는 중단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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