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질 파문에 국토부 봐주기 의혹까지…악화되는 ‘조현민 물컵’ 파문

폭언·녹취록에 경찰 수사까지…사과에도 여론 ‘최악’
 
한진家 총체적 난국… 사측 “사실 확인 어려워”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甲질’ 논란이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뿌린 ‘물벼락’이 한진그룹 오너 일가 갑질 논란에 ‘기름’을 부은 듯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오너 일가의 과거 행적이 다시금 회자되는 한편, 추가 폭로까지 줄을 잇고 있다. 이에 ‘사퇴 압박’은 물론 대한항공의 상호 및 ‘국적기 박탈’을 위한 국민 청원도 쇄도하고 있는 상태다. 심지어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甲질’의 원인이 ‘가정교육의 문제’ ‘유전적 문제’라는 해석까지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지난 12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조 전무는 대한항공 광고를 대행하는 A업체와의 회의 자리에서 광고팀장 B씨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을 뿌리는 등 폭언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해당 내용은 A업체 익명 어플리케이션 게시판에 글이 올라오면서 알려졌다. 게시된 글에 따르면 당시 조 전무가 1차로 음료수가 들어있는 병을 던졌는데 깨지지 않자, 물을 뿌리기까지 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해당 게시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거센 후폭풍 맞아
 
이 같은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여론은 들끓었다.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땅콩회항’ 甲질 사태 이후 또다시 甲질 논란이 일자 한진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논란으로까지 확대된 것. 이에 조 전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리석고 경솔한 행동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회의에 참석했던 광고대행사 직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사과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죄송하다”고 사과의 글을 올렸다. 대한항공 측은 지난 16일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현민 전무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본사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논란은 쉽게 잠재워지지 않고 있다. 해당 논란이 있은 직후 조 전무로 추정되는 인물의 폭언이 담긴 ‘음성파일’이 추가로 공개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것. 지난 15일 공개된 음성파일에는 조 전무가 누군가에게 욕설과 고함을 치는 상황이 담겨 있다. 제보자에 따르면 조 전무가 자신보다 연장자인 간부에게 폭언을 하는 상황으로 알려진다.
 
여론과 조 전무를 둘러싼 甲질 논란이 거세지자 경찰 은 지난 17일 조 전무를 피의자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 전무가 컵에 든 매실 음료를 광고대행사 직원들을 향해 뿌렸다. 유리컵에 관해서는 던졌다는 진술과 밀쳤다는 진술로 엇갈리고 있으며, 조 전무 측은 떨어뜨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폭행 혐의 적용과 얼굴을 향해 던졌는지 여부 입증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 전무의 甲질 논란은 한진그룹 전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국적기 박탈·로고 삭제·사명 변경’ 등의 내용으로 청원이 올라오고 있다. 또 지난 18일 종가 기준 대한항공, 한진칼, 진에어, 한진, 한국공항 등 한진그룹 계열 상장사 5곳의 시가총액(우선주 제외)은 6조161억 원으로 조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음료를 뿌리고 폭언을 했다는 의혹이 알려지기 일주일 전인 지난 11일 6조1780억 원보다 1619억 원 낮은 수치다.
 
그룹의 손해뿐 아니라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돼 한진그룹에게는 악재가 거듭되고 있다. 조 전무가 6년 동안 불법으로 진에어 등기임원에 올랐던 것으로 드러났으며 면허 변경 과정에서도 국토부의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봐주기’ 의혹이 일자 국토교통부는 즉시 내부 감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 에밀리 리 (CHO EMILY LEE)’라는 인물이 2010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한진그룹 계열사인 진에어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조 에밀리 리’는 조 전무의 영어식 이름으로 조 전무는 1983년 8월 미국 하와이주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권자이다. 항공사업법 제9조와 항공안전법 제10조 등에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은 국내와 국제항공 운송사의 임원이 될 수 없다.
 
이 외에도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고가 명품 관세 포탈 의혹까지 일었고, 관세청은 지난 18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부와 세 자녀인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5년간 카드내역 분석에 들어갔다.
 
세계로 퍼진 甲질
 
뿐만 아니라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의 ‘땅콩회항’,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교통법규 위반 후 단속 경찰관을 치고 달아난 ‘뺑소니’ 사건, 2005년 70대 할머니 폭언과 폭행 혐의 등 과거 사건들까지 다시 거론 되며 한진그룹 오너가의 ‘甲질의 역사’가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진그룹 오너 3남매의 이 같은 ‘갑의 횡포’는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여사에서 비롯됐다는 해석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여사의 폭언과 욕설, 운전기사 얼굴에 침을 뱉거나 폭행을 당했다는 제보 글이 애플리케이션 익명 게시판을 통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운 것들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논란이 거세지자 조 전무가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SNS를 통한 사과글만 게재했을 뿐 어떤 행동도 보이지 않고 있다. 또 ‘땅콩회항’ 사건 이후 조양호 회장은 직접 나서 고개를 숙인 바 있지만, 조 회장 행보 역시 아직 결정된 바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벼락 갑질’ 사건에 대해 외신들도 ‘Gapjil(갑질)’이란 단어를 신조어로 등재시키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한진그룹의 갑질 파문에 국가 이미지 실추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어떻게 해결할지 차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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