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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은 왜 거리로 나왔나? 성 차별 수사 규탄한 ‘혜화역 시위’ 전모

기사승인 [1256호] 2018.05.25  20: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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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 표현한 ‘빨간색’ 혜화역 일대 물들인 불꽃들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홍익대학교 회화수업에 참여한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이 인터넷에 유출돼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다. 이에 홍익대학교는 지난 4일 마포경찰서에 해당 사건을 수사 의뢰했고, 이후 지난 11일 용의자로 지목된 동료 여성 모델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논란은 그 후에 빚어졌다. 남성이 피해자인 이번 사건의 경우 여성이 피해자일 때보다 수사가 빠르게 진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철성 경찰청장 “여성들 체감하는 불공정 시정 노력하겠다”
시위 주최 측 “‘성 대결’로 바라보는 것은 논점을 벗어난 행위”




가해자가 사건 발생 12일 만에 체포된 것과 관련, 피해자가 여성이 아닌 남성이기 때문에 조속한 수사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조사 과정에서 ▲A씨가 “(해당 사진을 찍은 휴대전화기를) 사건 이후 한강에 버렸다”고 진술하자 경찰이 한강 장소에서 현장검증을 진행한 점 ▲A씨를 포토라인에 세운 점 ▲A씨가 사진을 유포한 ‘워마드(WOMAD)’ 사이트 운영자 신원 파악에 들어간 점 등이 함께 문제됐다.

빠른 수사 진행, 경찰의 수사 적극성 등이 여성이 불법 촬영 피해자일 때와 판이한 상황이라는 것. 불법 촬영 가해자를 포토라인에 세운 점 역시 이례적이라는 여론이다.

문제 제기의 불길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옮겨갔다. 지난 11일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시됐다.

청원자는 “여성들이 불법 촬영을 당하기만 하고 가만히 있었을까? 경찰에 신고도 하고 게시물을 없애기 위해 노력도 했다”면서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주변의 2차 가해였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성범죄의 92%가 남→여로 발생한다”고 전하면서 “피해자가 여성이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고, 피해자가 남성이기 때문에 재빠른 수사를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청원을 향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약 일주일이라는 단기간 내에 청원 동의 인원이 40만 명을 넘어선 것이다.

청와대 필수 답변 청원 수 20만 명을 충족해 지난 21일 정혜승 뉴미디어 비서관, 여성가족부 정현백 장관, 이철성 경찰청장이 관련 답변을 내놓았다.

시위 당일 혜화역
1만2000명 몰렸다


약동은 오프라인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홍익대학교 미대 몰래카메라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성(性) 편파 수사‘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해당 시위는 불법촬영본 제작·소비 근절과 편파 수사를 규탄하는 여성 개개인의 목소리를 전달하자는 취지였다.

또한 생물학적 여성만 참여 가능하며, 편파 수사에 분노한다는 의미를 담아 붉은색 옷 또는 물건을 지녀야 한다는 점이 특징적이었다.

참여 열기는 뜨거웠다. 당초 경찰 측은 해당 시위 참여 인원을 500명 정도로 예상했으나, 주최 측인 다음카페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보도팀에 따르면 공식 집계는 1만2000명으로 추산됐다. 이후 해당 시위는 ‘혜화역 시위’로 명명되며 상징성을 갖게 됐다.

많은 여성들이 결집 가능하게 된 이유를 묻자 보도팀은 “그만큼 우리 취지에 수많은 여성들이 동감했다고 본다”면서 “지금까지 수많은 여성 피해자가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요청하였음에도 수동적인 수사 및 2차 가해를 행한 경찰이 남성이 피해자인 이번 사건에서만 유독 적극적인 수사와 행동력을 보인 것에 대한 분노로 함께했다”고 설명했다.

‘성 편파 수사’가 해당 시위의 큰 골자이나, 일각에서 ‘남자가 피해자이기 때문에 수사가 빨리 진행됐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보도팀은 “여성이 피해자였을 때 실제 주변에서 신고 후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사례들이 많다”고 밝혔다.

그에 의하면 기존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헤어진 연인에게 보복하기 위해 유포하는 성적인 사진이나 영상 콘텐츠)처럼 가해자가 분명한 경우에도 수사가 빨리 진행된 경우가 드물며, 대다수의 경우 처벌이 어렵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일일이 피해자가 여성이었던 이전의 수많은 사건들과 비교되는 부분을 나열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여성이 피해자인 경우와 남성이 피해자인 경우 각각 수사기관의 태도가 다르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 경찰청장은 청와대 답변을 통해 “홍대 불법촬영 사건의 경우 누드 크로키 수업시간에 발생해 제한된 공간에 20여 명만 있어 수사가 신속히 진행될 수 있었다”면서 “성별에 따라 수사 속도가 달라지지 않지만, 여성들이 체감하는 불공정이 시정되도록 각별히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미투 운동’ ‘혜화역 시위’
여성 간 연대 주목돼


‘혜화역 시위’에 이목이 집중되면서 ‘성 대결’을 주요 쟁점으로 바라보는 해석도 등장했다. 이와 관련해 보도팀은 “그것은 명백히 논점을 벗어난 행위”라면서 “‘성 대결’ ‘남녀 분쟁’이라는 단어는 여성을 향한 성범죄와 남성을 향한 성범죄가 최소한 비슷한 강도와 비율로 이뤄져야 쓸 수 있는 말”이라고 전했다.

또한 “성 대결이나 남녀 분쟁으로 보는 시각은 소수 남성의 피해에 더 큰 무게를 두어 여성을 향한 불법 촬영과 남성을 향한 불법 촬영을 동일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치우친 저울의 균형을 잡고 싶은 것이지 (남녀 간) 분쟁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밖에도 보도팀은 “(해당 시위는) ‘남성이 피해자라서 수사가 빨랐다’는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보다도 ‘여성이 피해자인 경우 수사를 늦추는 장벽이 많다’는 것에 집중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미투 운동’과 ‘혜화역 시위’ 등 일련의 사회적 움직임 속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여성 간의 연대다. 이러한 흐름에 관해 주최 측은 “사회적 약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변화를 실현시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연대해서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면서 “여성 간의 연대는 필연적이고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전했다.

오는 26일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다음카페 ‘강남/홍대 성별에 따른 차별수사 검경 규탄시위’가 주최하는 성 차별 수사 규탄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또한 불법 촬영 편파 수사 규탄시위 팀 역시 오는 6월 9일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장소는 혜화역 2번 출구로 지난번과 동일하다.

여성이 주체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흐름이 계속 생겨나는 현상에 관해 보도팀은 “지금까지의 사법 체계와 현재 상황에 분노하는 여성이 우리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이번이 처음도 아닐 것”이라면서 “이러한 흐름이 먼저 있었으나 이제야 표면화되었을 뿐이다. 흐름은 앞으로 더 거세지고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민정 기자 kmj@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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