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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장 장관급 격상 1년, 국가보훈처 무엇이 달라졌나

기사승인 [1258호] 2018.06.08  13: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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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비위 의혹 검찰 수사 의뢰, ‘보훈 정책’ 충실 분위기 조성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따뜻한 보훈.’ 국가보훈처(이하 보훈처)가 이러한 기치를 내걸고 제도나 보상 중심의 보훈정책 강화에 집중한 지 어느덧 1년이 흘렀다. 보훈처장은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됐으며 설립 이래 최초로 여성 보훈처장인 피우진 처장이 임명되기도 했다. 피 처장은 유공자들에 대한 보상과 예우에 집중하기로 정책 노선을 정하면서 국가 보훈 정책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보훈처 내부에서도 ‘보훈 정책’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반응이다. 일요서울은 보훈처의 달라진 점을 살펴봤다.

- 예산, 사상 처음 5조 원 넘겨···유공자 보상‧예우 집중
- 각종 수익 사업 놓고 벌어진 보훈단체 간 갈등 봉합은 과제
- 참전유공자 진료비 감면율 ↑ 보훈보상금, 무공·참전수당 ↑
- 국립묘지 안치기준‧안장수급, 근본적 대책 시급해


문재인 정부 들어 보훈처장은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됐다. 또 ‘국가를 위한 헌신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주요 국정과제가 되면서 보훈처의 위상 또한 크게 달라졌다.

이전 정부에서 보훈처는 논란의 중심에 선 적이 적잖았다. 특히 박승춘 전 처장이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과 제창을 거부하고 기존의 ‘합창만 가능하다’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5‧18 관련단체와 정치권 등으로부터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이 때문에 박 처장은 5‧18 기념식장에 참석하려고 식장을 찾았다가 시민들의 제지로 입장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또 안보 관련 교육프로그램에서 지나치게 이념을 강조하면서 정치색을 띠었던 부분도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현재는 박 전 처장 재임기간 제기된 각종 비위 혐의를 조사 중이다. 보훈처 직원 복지를 위한 나라사랑공제회 설립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이 출연금 명목으로 5개 업체에 모두 1억4000만 원을 내도록 하고 공동사업 계약 등 특혜를 준 의혹이 있으며 보훈사업 추진을 위해 설립된 ‘함께하는나라사랑재단’의 전직 이사장에 대한 횡령 및 배임 혐의도 제기됐다.

피우진 처장 누구?

바람 잘 날 없었던 보훈처에 지난해 5월 설립 이래 최초로 여성 보훈처장인 피우진(62) 처장이 임명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앞서 피 처장은 육군 예비역 중령으로 지난 1979년 소위로 임관했으며 특전사 중대장, 육군 205 항공대대 헬기조종사 등을 지낸 여군이다. 육군항공학교 회전익 14기인 그는 여군 1호 헬기 조종사인 김복선 예비역 대위보다 7개월 늦은 1981년 8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비행교육을 받았다. 육군 205 항공대대 헬기 조종사를 지내며 남성 군인들도 감당하기 어려운 여건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여성이 처음 가는 길을 개척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피 처장은 지난 2002년 유방암 판정을 받으면서 한쪽 가슴을 절제했으나 군 임무수행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해 다른 한쪽 가슴도 도려냈다. 그렇게 3년 동안 후유증 없이 복무할 수 있었으나 군은 2006년 2급 장애 판정을 받은 피 처장에게 전역 명령을 내렸다. 암 병력이 있거나 유방을 절제했을 경우 전역하도록 규정한 군 인사법 시행 규칙 때문이었다.

피 처장은 군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전역 취소소송을 제기해서 지난 2008년 복직했다. 그는 복직하면서 “나에게 군은 전부였고, 군을 사랑한다. 나는 영원한 군인”이라고 말한 바 있다. 복귀 이후 육군항공학교에서 교리발전처장을 지냈으며 이듬해 정년이 돼 중령으로 전역했다.

부조리 드러내
묵은 때 벗겨


피 처장은 유공자들에 대한 보상과 예우에 집중하기로 정책 노선을 정하면서 묵은 때를 벗기는 데 집중했다.

우선 박 전 처장 재임기간 비위 의혹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관리감독 대상 보훈단체의 부조리도 수사 기관에 고발하는 등의 조치를 단행했다.

쇄신 작업이 진행되면서 보훈처 내부에서는 ‘보훈정책’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전해진다. 올해 보훈 분야 예산은 5조4863억 원으로 사상 처음 5조 원을 넘었다. 전년 대비 11.2%나 늘어난 것으로 정부 평균(7.1%)을 크게 웃돌았다.

예산이 크게 늘어났다고 해서 새로운 정책을 수립‧추진하지 않았다. 따뜻한 보훈이라는 기치에 맞춰 소외된 보훈가족에 대한 지원을 할 수 있는 기존 사업들을 보완하고 확대했다.

참전유공자 진료비 감면율을 60%에서 90%로 대폭 늘렸다. 보훈 병원과 재활센터를 확충하면서 보다 나은 의료‧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보훈보상금은 지난 정부 평균 인상률(3.7%) 보다 높은 5%를 인상해 19만 명에게 혜택이 돌아갔다.

나라를 위해 몸을 기꺼이 내던진 무공‧참전유공자에게 정당한 보상과 예우를 하기 위해 무공‧참전수당도 역대 최고인 8만 원으로 인상했다. 지난 5년 동안 연 1~2만 원 인상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큰 폭 상승한 것이다. 생존해 있는 애국지사에게는 특별예우금을 월 50% 추가했다.

특히 생활이 어려운 독립유공자 손자녀 생활지원금을 신설해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을 둬 33만5000원~46만8000원을 지급하고 있다. 그동안 광복 이후 숨진 독립유공자의 손자녀에게는 별도의 수당이 돌아가지 않았다.

‘관변 단체’
오명은 여전


각종 보훈기념식에서도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는 참석자들 모두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수 있게 됐다. 이뿐 아니라 호국보훈의 달(6월)을 맞아 고위공직자, 공공기관 관계자가 직접 유공자를 찾아가거나 초청해 위문하는 행사를 활발하게 열기로 했다.

피우진 보훈처장은 취임 1년 기자간담회에서 “보훈이라는 가치가 제대로 국민들에게 알려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보훈가족이 어떤 삶을 살았고, 그분들이 우리나라를 어떻게 지탱했는지 국민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그 역할을 보훈처가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보훈단체들 역시 보훈정책이 국가정책으로 자리매김한 데 대해 대체로 만족해 하고 있다. 지난 1년간 피부로 와 닿는 변화를 몸소 겪으면서 보훈처의 노력에 감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1년의 성과가 높이 평가받고 있으면서도 지난 수년간 보훈정책이 정부 정책에서 소외됐기에 그에 따르는 아쉬운 점도 있다.

보훈단체 입장에서는 정부의 일방적 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관변 단체라는 오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특성을 갖고 있다. 정부 의존도를 낮추려면 자체 수익을 늘려야 하지만 이를 위해 각종 수익사업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보훈단체 간 갈등 역시 보훈처가 나서서 봉합해야 할 문제로 지적되는 상황이다.

친일재산 환수를 통해 조성한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사업기금’, 이른바 ‘순애기금’은 여전히 독립유공자들에 대한 집행이 생활지원금 정도로 그치고 있다. 보훈단체들은 독립유공자 후손에 대한 개별 지원은 물론 독립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독립기념 사업과 교육·연구 등 보다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식’의 국립묘지 안치 기준도 보다 세밀하게 다듬는 동시에 생존해 있는 유공자에 비해 안장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국립묘지 안장수급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 보훈단체 관계자는 “지난 1년간 국가보훈처가 유공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도 “지난 정부에서 유공자들을 예우하는 데 아쉬운 점들이 있었기 때문에 아직은 두루 살펴야 할 곳이 많다. 더 힘써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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