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로 ‘미매출’ 채워…본사 “나 몰라라”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편의점 미니스톱 일부 스토어 어드바이저(SA·Store Advisor·이하 점포 매니저)들이 본사의 갑질을 폭로했다. 이들에 따르면 매주 특정 요일마다 사비로 행사 제품 목표 매출치의 미달분인 이른바 ‘미매출’을 채우러 다녀야 했고, 이런 점포 매니저들의 고충을 본사는 나 몰라라 했다고 주장한다.

B지역의 경우는 매주 사비로 미매출 분을 채우던 매니저 K씨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아 퇴사한 일도 발생했다. 미니스톱 본사는 일요서울 취재 이후 “불미스러운 일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매니저 “행사 제품 목표치 압박 고통…매주 매장 순회”
본사 “사비로 매출 채우라는 압박 없어…개인행동일 뿐”


#미니스톱 점포 매니저 A씨. 목요일인 오늘도 컴퓨터를 켠 뒤 자신이 관리하는 점포 수십 곳 중 행사 제품 매출이 미달한 점포를 확인하고 한숨지었다. 오늘은 점포 순회를 하는 날인데, 무려 절반 이상의 점포에서 신제품 ‘핫바’의 목표 매출이 미달했다. 해당 점포들을 돌면서 자기 돈으로 핫바를 사서 매출을 올리러 다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하다.

행사 제품을 사러 간 점포 점주는 “오늘도 미매출을 막으러 왔냐”고 말한다. 하지만 이건 그나마 나은 상황. 점주가 아예 재고가 된다며 행사 제품 발주를 하지 않을 때는 더 난감하다. 최악의 상황에는 개인 돈을 투자해 텅 빈 매출을 채워야 한다. 포장된 제품이나 유통기한이 긴 제품의 경우, 중고 장터에 팔거나 지인들에게 나눠 줄 수도 있지만, 핫바 같은 즉석식품이나 유통기한이 짧은 경우는 그마저도 불가하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도 팔리지 않는 제품의 경우 개인적인 선물로 지인들에게 활용하거나 직접 처리해야 한다. 매장 다섯 군데를 돌며 핫바를 사 먹다 보니 나중에는 질려서 버리거나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나눠주기 일쑤다. 

# 지난해 퇴사한 미니스톱 점포 매니저 K씨. 특판 매출 압박에 시달리다가 입사 1년여 만인 올해 초 회사를 그만뒀다. 설 명절 기간 선물세트 특판 실적 압박에 스트레스와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설 특판 제품 재고가 많이 남자 본사에서 실적을 채우라는 압박이 심해졌다. 어쩔 수 없이 사비로 남은 행사 제품을 모두 사려니 제법 큰돈이 필요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아버지가 다니는 회사에 선물세트로 판매해 달라고 부탁해 특판 제품을 모두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겨우 매출을 채웠음에도 돌아온 것은 냉혹한 목표관리(MBO·management by objectives) 평가. 상반기 평가에서 ‘C-’라는 낮은 등급을 받았다.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후 특판 재고를 사비로 사고 싶지 않았지만, 점주에게 재고를 사 달라, 지인들한테 판매해 달라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답답한 마음에 퇴사를 결심하게 됐다.

특판 압박에 입사 1년여 만에 퇴사하기도

미니스톱 점포 매니저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A씨는 미니스톱이 점포 매니저가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사유서를 제출하게 하거나 목표관리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무언의 압박을 가한다고 주장한다. 점포 매니저들이 판매 금액을 맞추려 사비로 미매출 분을 채우거나 팔리지 않은 제품을 구매하는 일이 많다는 것.

특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명절에는 점포 매니저들이 선물세트를 사비로 사서 이를 중고거래 사이트에 판매하는 경우도 생긴다. 본인의 목표관리 평가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사비를 들여 산 제품을 되팔아 손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비로 산 특판 제품 중고장터에 내놓기까지

한 점주의 말을 들어보면 본사는 보통 명절을 3~4주 앞두고 선물세트 예약주문을 마감한다. 본사에서 주어진 기간 동안 관리자들은 가맹점주를 찾아가 선물세트를 구매하도록 영업을 펼친다. 이 과정에서 점포 관리자에게는 목표금액이 주어진다. 미니스톱의 경우 50~60만 원선이다.

미니스톱은 오해가 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미니스톱 관계자는 “점포 매니저들에게 사비로 행사 미매출 분을 채우라는 압박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미매출 분의 상품 하나하나가 직원들의 목표관리 평가에 반영되지 않을뿐더러, 만약 그렇게 하는 직원이 있다면 그건 개인들이 목표관리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욕심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니스톱 컴플라이언스 교육 실시

이 관계자는 또한 “행사 제품의 미매출이 많아서 이로 인한 전체 연간 일 매출액 실적이 떨어질 경우 목표관리 평가에 영향을 줄 수는 있겠으나 이것은 당연한 결과로 판단하고 있다”며 “점포 매니저들에게 행사 특판 제품에 대한 목표는 주어지지만, 본사에서는 행사 특판 제품이나 미매출을 채우라는 압박을 하거나 그 어떠한 관련 지침을 내리지는 않고 있다. 또한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시로 컴플라이언스 교육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판 실적 압박 의혹에 대해서는 “특판 상품 역시 명절에 목표 매출을 두는데, 다른 편의점 업체의 4분의 1수준으로 적다.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 특정 기념일을 맞아 행사를 굉장히 많이 하기 때문에 한 행사에서 실적을 못 채우면 다른 행사에서 실적을 채우면 된다. 반드시 자기 돈으로 제품을 사서 특판 실적을 채워야 하는 것은 아니며 본사에서 그런 압박도 주고 있지 않다. 특판 재고는 점포에서 할인 판매 등을 통해 소진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실무자들의 의견은 달랐다. 점포 매니저 K씨는 “본사가 분명 점포 매니저들이 미매출을 채우러 다니며 고통받는 사실을 알면서도 본사의 이익을 위해 모른 채 눈 감고 있다. 매출 실적만 채워지면 결국 본사 이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런 악순환이 지속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니스톱과 점포 매니저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점주들은 점포 매니저의 의견에 일부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가맹점주 H씨는 “명절에 편의점에서 선물세트를 구매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할당량을 받은 점포 매니저들만 불쌍하다. 우리 점포의 경우 점포 매니저들의 고충을 알기 때문에 명절 특판 제품이 남으면 아들이나 딸, 혹은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식으로 처리한다. 사회 초년생들인 점포 매니저들이 무슨 돈이 있다고 본사에서 무리하게 특판 제품 판매를 압박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H씨는 “최근 이런 경향은 약해지는 추세지만 아직도 많은 점포 매니저들이 특판 제품을 억지로 구매하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특판 압박은 점주들에게도 도움이 안 되니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사에서 점포 매니저들의 행사 제품 미매출과 특판 제품 관리에 대한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는 이상 점포 매니저들의 한숨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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