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6.13 지방선거가 더불어민주당 압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선거 승리에 대한 기쁨을 만끽하지 못하고 또다시 선거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8월 말에 있을 전당대회 출마를 준비하는 집권 여당 당권 주자들이다. 이미 전당대회에 출마할 인사들은 지방선거 기간 광역단체장 후보 캠프 선대위원장직을 맡아 당심과 민심을 잡기위해 후보보다 더 열심히 뛰었다. 선거에 참패한 자유한국당내 당권 도전자들도 마찬가지다. 홍준표 당대표가 사퇴한 이상 7~8월 내 조기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 여야 모두 지방선거를 마치자마자 본격적인 당권 전쟁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 친문VS관리형VS비주류 구도속 관리형 후보 ‘부상’
- 한국당 조기전대 개최… 이완구·김문수 ‘맞짱’

 
지방선거 운동 기간 출마자들만큼이나 구슬땀을 흘리며 전국을 누빈 인사들이 있다. 바로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들이다. 대표적인 인사가 이해찬, 김진표, 김두관, 전해철, 송영길 의원 등이다. 7선의 이 의원은 중앙당 수석공동선대위원장과 세종·제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선거운동기간 전국을 누볐다.
 
4선의 김진표 의원은 경남.제주·전남·전북·강원·대구·광주 선대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으로 경기선대위에는 상임고문으로 모두 8곳에 이름을 올렸다. 4선 송영길 의원은 대구·전남·전북·제주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친문 핵심 ‘3철’로 유명한 재선의 전해철 의원 역시 중앙당 공동선대위원장과 경기상임선대위원장을 비롯해 경남·제주·전북·전남·강원·대구 선대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전국을 돌았다. 경남지사 출신인 초선 김두관 의원은 울산·상임선재위원장을 비롯해 경기·전남·대구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경남 선대위에는 경남 출신 의원 모임 ‘독수리 5형제’ 일원으로 참여하면서 선거지원을 벌였다.
 
이뿐만 아니라 4선의 박영선, 3선 우원식·이인영 의원들 역시 복수의 광역단체장 후보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직을 맡아 자기 선거만큼이나 열심히 뛰었다. 이 밖에 당권 도전이 예상되는 인사로는 송파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4선의 최재성 의원과 역시 4선의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역시 자천타천으로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당권 주자, 주류·비주류·중립형
10여 명 하마평

 
전당대회에 10여 명이 넘는 인사들이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막상 전대가 임박해지면 그 숫자는 그룹별로 출마자가 정리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또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함께 뽑는 집단지도체제냐 아니면 따로 분리해 선출하는 단일성 지도체제냐에 따라 출마 숫자는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여권 내에서는 친문 주류 진영과 비문 비주류 진영, 그리고 친문도 비문도 아닌 중립형 인사 등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뉘어 이합집산이 이뤄질 수 있다.
 
일단 친문 주류 진영 후보군으로는 이해찬, 전해철, 최재성 의원을 꼽을 수 있다. 비문 진영에 있다가 친문임을 자청하거나 신친문이지만 비주류인 인사들로는 이종걸, 박영선, 송영길, 이인영 의원 있다. 반면 중립형으로는 김두관, 김진표, 김부겸 의원이 친문으로 보기도 어렵고 비문으로 보기도 어려운 인사들로 여권 내에서 보고 있다.
 
8월 전당대회에서 변하지 않는 상수는 친문계를 중심으로 당내 권력이 재편될 것이라는 점이다. 즉, 친문 주류 진영에서 누구에게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당대표가 결정될 공산이 높다. 변수는 어떤 리더십이 문재인 정부 집권 2년 차를 뒷받침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여소야대 정국에 야당과 관계 설정을 누가 잘 할 수 있느냐, 청와대와 관계를 원활하게 풀 수 있는지 등 당대표 자질론을 놓고 치열한 담론이 벌어질 전망이다.
 
통상 전당대회 당대표는 구도 싸움이란 게 정설이다. 인물 대결로 흐르느냐 아니면 정파 간 정책 대결이냐 이도 저도 아닌 주류 대 비주류 세력 다툼으로 번지느냐에 따라 3개의 진영 내 후보들이 일희일비할 수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친문 대 비문 간 전장터가 될 공산이 높다는 점이다.
 
친문 3인방 동시출마
‘불투명’ 단일화 변수
 

일단 친문에서 가장 주목하는 후보군은 이해찬, 전해철, 최재성 의원 등 주류 후보들의 출마 여부다. 만약 출마를 공식선언한다면 당권에 가장 근접한 후보들로 볼 수 있다. 친노·친문 좌장으로 불리는 이 의원이 출마할 경우 나머지 친문 후보는 교통정리가 될 공산이 높다.
 
7선에 책임총리까지 지낸 풍부한 국정 경험이 최대 장점이다. 문제는 이 때문에 이 의원이 청와대와 수평적 관계를 주장할 공산이 높고 ‘상왕정치’ ‘수렴청정’으로 원활한 당청관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출마는 가능하나 당대표에 오를지는 미지수다.
 
전해철 의원의 경우 친문을 넘어 진문(眞文)으로 불릴 정도로 대통령 핵심 측근이다. 문재인 정부를 적극 뒷받침할 인사 중 한 명이지만 50대 후반에 재선으로 당대표로서 위상은 좀 약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대통령 복심’으로 불리는 이호철·양정철과 함께 3철 중의 한 인사라는 낙인이 출마하는 데 불안요소다. 최고위원감은 되지만 당 대표에 오른다면 친문 대통령·국회의장, 친문 당대표·원내대표로 비주류로부터 ‘친문 패권당’이라는 비판을 받기 십상이다. 출마가 불투명한 이유다.
 
‘친문 강경파’에 범 친문으로 분류되는 최재성 의원 역시 하마평에는 오르지만 출마 여부는 안갯속이다. 최 의원은 문 대통령과 당대표와 사무총장으로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다. 최 의원이 사무총장으로 임명될 당시 친노-비노간 갈등이 격화될 정도로 강성 인사다.
 
또한 50대 초반으로 상대적으로 젊은 점이 집권 여당 당대표감으로는 오히려 감점이다. 결국 친문 후보 중 한 명은 너무 무겁고 나머지 둘은 너무 친문 색채가 강하거나 강성이라는 점에서 친문 진영 입맛에 맛는 마땅한 후보는 없는 셈이다.
 
그렇다고 비주류에서 주류로 넘어온 이종걸, 박영선, 이인영, 송영길 의원을 선택하기도 만만치 않다. 송영길, 박영선, 이종걸 의원은 대표적인 당내 비문 인사로 꼽혔지만 지난 대선 이후 친문으로 돌아선 인사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송 의원은 2년 전 당대표 경선에 뛰어들었다가 김상곤 현 교육부장관에게도 안 돼 ‘컷오프’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비주류로서 설움을 톡톡히 본 셈이다.
 
박 의원은 지난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안희정 후보 캠프에서 의원멘토단장을 맡아 친문 주류와 ‘각’을 세운 바 있다. 이종걸 의원 역시 이재명 캠프에서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은 바 있고 그 전에는 친문 최재성 의원과 원내대표 경선을 치열하게 치러 당선된 바 있다. 친문 주류 진영이 최고위원 한 자리 정도는 줄 수 있지만 당대표로 삼기에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남은 중립형 김두관·김진표 의원과 김부겸 장관이다. 세 명의 공통점은 관리형 당 대표로서 문재인 정부와 호흡을 같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원조 친노’인사인 김 의원은 초선이지만 경남도지사를 지냈고 2012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할 정도로 정치적 중량감을 갖고 있다. 참여정부 때에는 최초로 이장 출신이 장관에 올라 ‘리틀 노무현’으로 불릴 정도로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조용하게 당권을 준비해 온 김 의원은 오는 7월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비전을 담은 책을 출간할 계획으로 이 자리에서 당대표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 의원은 2012년 대선 후보로 나설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각을 세운 바 있지만 현재는 친문·중립형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경남 출신인 김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PK지역을 중심으로 선거 지원에 나서 확실하게 당원과 지역주민들에게 눈도장을 찍기도 했다. 특히 경기도 김포가 지역구인 김 의원은 수도권에 지역구를 갖고 있다는 상징성과 부산·경남에서 대승하면서 당내 기반이 탄탄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가 고향인 김부겸 장관의 출마는 향후 전당대회의 ‘키포인트’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차기 대권 주자로 불리고 있는 김 장관은 5선으로 당대표에 선출되면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인보다 대권 가도에서 앞설 수 있게 된다.
 
이미 김 장관은 2년 전 전대 직전에 치러진 4.13 총선에서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 수성갑에서 김문수 후보와 맞대결을 펼쳐 승리한 바 있다. 당시 김 장관은 당권을 포기하고 대선에 뛰어들었지만 예비후보도 되지 못했다. 친문 진영의 높은 벽을 실감한 김 장관은 문재인 1기 정부 장관으로서 중용되면서 당권에 도전할 경우 ‘다크호스’로 부상할 공산이 높다.
 
친문 주류 진영에서는 당의 지나친 친문 색채를 불식시키고 집권 여당과 문재인 정부와 호흡도 잘 맞출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사로 보고 있다. 출마의 걸림돌은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와 세력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또한 차기 대권 주자로서 대권 경쟁이 조기 과열돼 문재인 정부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최근까지 김 장관의 참모들은 ‘장관직을 더 해야 한다’는 의견과 ‘지금 나서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는 쪽으로 나뉘어 찬반이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다른 중립형 인사로는 김진표 의원이 열심히 당권 준비를 하고 있다. 경제부총리 출신의 4선인 그는 계파색이 없는 데다 참여정부 경제부총리·교육부총리를 역임하는 등 국정경험이 많고 원내대표를 맡아 국회 내 경력도 풍부하다.
 
또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맡아 국정운영 5개년 계획과 100대 국정과제 수립을 주도했던 만큼 당청관계를 안정적으로 이끌 적임자라는 평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당권을 준비를 위해 전문가를 영입해 팀을 꾸렸을 정도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포스트 洪’ 이완구 ‘독주’ 속
김문수 ‘다크호스’

 
한편 홍준표 당대표가 물러난 자유한국당 역시 조기전당대회를 개최할 전망이다. 이완구 전 총리를 비롯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정우택 전 원내대표와 나경원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당권 도전이 유력한 이 전 총리는 지방선거 이후 “어떤 역할도 피하지 않겠다”고 말할 정도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원내대표를 역임한 적도 있는 이 전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로 무죄를 선고받은 이후 당내 동정론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충청권에 반기문-안희정을 잇는 충청권 대망론의 승계자를 자청하면서 자신의 몸값을 최대한 부각시키고 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경우 이번 서울시장 후보에서 안철수 후보를 누르고 2위에 오르면서 정치 재개 및 당권 도전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이미 지난 총선에서 당의 호출을 받아 대구 수성갑에 나섰다가 김부겸 장관에게 패해 정치생명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한국당 소속으로 서울시장 후보에 나서길 꺼릴 정도로 절대 열세 지역인 서울시장 후보에 나서 안 후보를 따돌렸다는 점은 당내에서 점수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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