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천만시대’ 편승해 탄력 받나?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이 발표되자 여러 동물권 단체와 반려 동물을 기르고 있는 이들은 쌍수 들고 환영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모란시장 내에 보신탕을 판매하거나 개를 도살하는 곳이 남아 있고, 개고기 식용을 합법화해야 한다는 여론도 존재하는 실정이다.

박주연 변호사 “표 의원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생명 보호를 원칙으로 천명한 것”
생명 존중·동물권 관한 인식 변화…반려동물 인구 급증도 한몫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지난달 20일 공동 발의한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동물을 임의로 죽이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해 동물에 대한 무분별한 도살을 방지하고 생명존중의 원칙을 확립하고자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해당 개정안은 ▲현행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에서는 어떤 도살방법이 금지되는지 명확하지 않아 단속 근거로서의 실효성이 높지 않은 점 ▲일반적으로 식용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반려동물을 도살·처리하거나 식용으로 가공·유통하더라도 「동물보호법」이나 「축산물 위생관리법」의 관련 규정을 적용받지 않아 입법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물을 죽이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도살이 가능한 경우를 각 호에 명시함(안 제8조 제1항) ▲예외적으로 도살이 가능한 경우에는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하도록 하며, 불가피하게 죽여야 하는 경우의 도살방법에 대한 규정 삭제 ▲현행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벌칙규정을 “동물을 죽이거나 학대한 경우”에 대한 것으로 변경을 개정안의 주요 내용으로 삼았다.

개정안은 예외적으로 도살이 가능한 경우를 ▲축산물 위생관리법·가축전염병 예방법·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 법률의 규정에 의해 동물을 도살하거나 살처분하는 경우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을 방지하기 위하여 다른 방법이 없는 경우 ▲동물의 습성 및 생태환경으로 인하여 부득이하게 해당 동물을 다른 동물의 먹이로 사용하는 경우 ▲수의학적 처치로서 불가피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불법 도살 근절되면
동물·인간 win-win
 

생명 존중과 동물권에 관해 진일보한 의식을 지닌 법안이라는 것이 주된 평가이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다. 바로 ‘사람의 재산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을 방지하기 위한 경우에는 도살이 가능하다’는 대목이다.

이에 관해 동물권연구단체 PNR 박주연 대표 변호사는 “기존에도, 이번 (개정안)에도 재산 피해에 대한 위험이 있을 경우 이것이 동물을 살해·상해하는 것에 대한 정당한 이유로 규정됐다”면서 “(하지만) 우리의 기본 입장은 동물과 재산이 사실상 동급이 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상황이 재산에 대한 피해로 규정될 수 있는지 박 변호사에게 묻자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고가의 가방을 들고 가는데 개가 와서 물어뜯는 경우, 재산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동물을 죽여도 된다는 말”이라면서 “재산을 망가뜨리는 대신 동물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에 따르면 ‘재산의 피해’라는 것은 동물의 생명과 재산이 동급으로 여겨졌을 때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동물을 죽여도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기존(법안)이 ‘이러한 행위로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고 구체적으로 열거했다면 (이번엔) 원칙과 예외를 바꿔 ‘원칙적으로 누구든지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생명 보호를 원칙으로 천명한 것”이라고 개정안의 의의에 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동물권 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도 “큰 틀에서 봤을 때는 동물학대도 근절되고 동물의 존엄성, 동물권, 생명 존중에 관한 인식들이 훨씬 향상할 것”이며 “국민을 위한 환경권과 건강권이 지켜질 것”으로 봤다.

박 대표에 의하면 현재 많은 개농장들이 그곳에서 발생되는 배설물, 음식물 쓰레기 등을 별다른 조처 없이 하천으로 방류하거나 매립한다. 하지만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이런 환경적인 문제들도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또한 박 대표는 “국민의 건강적·보편적 정서 측면에서도 타당한 법안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동물 먹느냐 마느냐
국한된 문제 아냐
 

‘반려동물 천만시대’라고 불릴 만큼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많아진 현 상황 속에서 동물권 시민단체들과 여론은 해당 개정안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개·고양이 식용종식 전동연(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현행 축산법에서 지정하고 있는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자는 취지로 작성된 이 게시물에는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약 12만657명이 동의했다.

해당 청원이 짚은 것처럼 개는 현행 축산물 위생관리법 상에서는 가축 범주에서 빠져있지만, 축산법에서는 가축에 해당돼 법의 회색지대에 놓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러한 상황에 관해 박 변호사는 “법마다 제정 취지가 다른 것”이라면서 “축산법 같은 경우는 가축처럼 대규모로 사육, 이용, 번식하는 것을 허용한 것이고 축산물 위생관리법은 직접적인 도살이나 우리가 먹는 음식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 개정안은) 이런 부분을 법이 (보완해) 회색지대에 있는 동물의 도살까지 허용하지 않겠다는 취지”라면서 “모든 동물에 한해서 법으로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도살하거나 법에서 규정하지 않은 가축을 죽이지 말라는 원칙을 천명한 것이기 때문에 비단 개·고양이만 도살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한 켠에서는 여전히 이에 동의하지 않는 움직임도 읽힌다. 개고기 합법화를 주장하는 대한육견협회를 비롯해 ‘왜 개·고양이만 예외 선상에 두느냐’는 목소리이다.

이러한 의견에 관해 박 대표는 “개에 대한 도살·식용 등을 얘기했을 때 고통이나 연민을 기준으로 놓고 ‘소·돼지·닭은 안 불쌍해?’ ‘안 고통스러워?’라고 말한다”면서 “정말 그 동물의 고통, 측은지심, 연민이 기준이라면 한 종(種)의 동물이라도 사람과 동등하게 고통에서 제외시켜주는 상향적 평등의 관점으로 가야 한다. ‘이 동물들이 고통스러우니 다 같이 고통스러워야 된다’는 것은 하향적 평등”이라고 일갈했다.

더불어 박 대표는 “이번 개정안은 (동물을) 먹느냐, 안 먹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법에 근거하지 않은 채 불법적으로 이뤄지는 도살을 막자는 것”이라고 이번 개정안의 주요 취지를 확실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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