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륜의 절정, 도덕성은 없다

워마드에 올라온 게시물 캡쳐화면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여성 우월주의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인 워마드를 향한 부정적인 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비단 남성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여성들 사이에서도 도를 넘는 게시물에 대해 실망과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게시물이나 댓글에 달리는 욕설은 이제 문제도 아니다. 살해 위협·납치 예고 글까지 올라오면서 ‘사회악’으로 비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워마드는 성평등 가장한 사회적 테러집단’ 밀착취재

‘일베보다 더하다’ ‘워마드 때문에 페미니즘 운동이 오해를 받는다’ 워마드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이다. 워마드는 이제 ‘사회악’이자 ‘공공의 적’으로 자리 잡았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워마드 폐지를 위한 한 청원글에는 ‘워마드는 성평등을 가장한 사회적 테러집단’이라고 규정하며 “즉각 폐지하고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살해 위협·나체사진 유포 등
경찰 내사·수사 나섰다


실제 워마드의 부정적 영향은 심각한 수준이다. 경찰도 워마드를 주시하며 수시로 올라오는 게시글에 대해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들에 대해 내사를 벌이고 있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18일 낮 12시 51분께 워마드 게시판에 아동을 살해하겠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됐다는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같은 날 오전 11시 57분께 게시된 이 글은 ‘동래역 앞이다. 칼 들고 유충 기다리고 있노’라는 제목으로, 부산도시철도 동래역 역사와 흉기 등 사진 2장과 함께 ‘동래역 앞이노 유충보이면 찔러 죽이려고 기다리고 있다이기’라는 내용이 담겼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해당 글 게시자를 추적하는 한편 동래구 일대 유치원에 관련 내용을 알리고 학부모 등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도 18일 남성 누드모델로 추정되는 인물들의 나체 사진이 워마드에 무차별적으로 게시됐다는 신고를 15일 접수하고 내사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글은 15일 오전 ‘누드크로키 탈의실 몰카’란 제목으로 올라왔다. 게시글에는 남성 두 명의 나체 사진이 담겼다. 게시자는 ‘홍대 몰카 유출 사건’을 언론이 왜곡 보도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누드모델 XX 올린다. 제대로 보도할 때까지 모아둔 거 계속 올리겠다”고 썼다.

해당 게시글에는 사진 속 남성을 향한 악성 댓글이 십여 개 달렸다. 

사실 이보다 더 충격적인 글도 있었다. 워마드 게시판에서는 낙태한 태아가 훼손된 사진을 찾을 수 있다. 초록색 수술복 위에 낙태된 태아가 수술 가위 옆에 누워 있는 사진이다. 수술 과정에서 훼손된 것으로 보이는 태아의 시신 사진도 이었다. 

이 사진과 관련한 게시글은 13일 올라왔다. 게시글에는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이다. 바깥에 놔두면 유기견들이 먹으려나 모르겠다”는 충격적 글이 쓰여 있었다.

이들은 낙태를 금지하는 천주교를 상대로 이 같은 사진을 올리고 있다. 이 사진을 본 회원들은 태아의 사체를 음식에 비유하며 조롱하는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차별·비하·패륜적 내용 
방심위 모니터링 중


수사기관과 함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도 워마드 집중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지난 13일 방심위는 ‘성체 훼손 사진’, ‘성당 방화 예고 글’로 논란을 일으킨 워마드를 집중 단속한다며 워마드가 유통하는 차별·비하, 모욕, 반인류·패륜적 정보를 중점 모니터링한다고 밝혔다. 

워마드 게시판에는 지난 10일 ‘예수 XXX 불태웠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 작성자는 ‘난 오로지 XX신만 믿는다’며 “여성을 억압하는 종교는 다 꺼져라”고 적었다. 

지난 11일에는 이슬람교의 경전인 ‘코란’을 불태우는 사진도 워마드에 올라왔다. 해당 사진이 실제 경전을 소각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게시물을 올린 사람은 “이슬람 바퀴벌레”라는 표현으로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며 이슬람교를 비하했다.

일부 워마드 회원은 “이태원 이슬람 사원에서 삼겹살 소주 파티하자”고 선동하는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방심위는 “통신심의의 경우 ‘최소 규제의 원칙’ 하에 누리꾼들의 표현의 자유를 두텁게 보장하고 있다”면서도 “온라인상의 차별·비하 표현의 경우 혐오 풍토 조장을 넘어 자칫 현실범죄로 이어질 우려도 크므로 심의 및 시정 요구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방심위는 지난 3월 31일부터 7월 11일까지 ‘한국 남성은 신체적인 장애를 가졌다’, ‘지나가는 노인을 죽이고 싶다’, ‘50대 이상은 고려장을 해야한다’ 등 워마드에서 유통된 차별·비하성 게시글 등 총 122건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다.

한국 페미니즘 
전체 매도는 지양해야


워마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으면서 페미니즘에 대해 싸잡아 비난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워마드가 ‘한국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상징적 개념처럼 통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워마드의 문제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마디로 워마드를 이유로 한국 페미니즘을 매도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택광 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는 “워마드가 제기하는 이슈들이 페미니즘과 결합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워마드를 ‘페미니즘’이라는 키워드만으로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워마드엔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하다’는 논리가 그 기저를 이루고 있다”며 “이는 한국 사회 전반에 깔린 ‘능력주의’이자 ‘내가 잘났다’는 것을 표현하는 인터넷 문화가 함께 투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워마드 자체가 메갈리아 내에서 성 소수자 혐오 표현이 받아들여 지지 않자 따로 나와 만들어진 집단”이라며 “페미니즘 내에서 논의되다 떨어져 나온 집단이 어떻게 한국 페미니즘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윤김지영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페미니즘 내부에도 래디컬(급진적) 페미니즘, 퀴어(성 소수자) 페미니즘 등 다양한 물결이 있고, 이는 ‘하나의 페미니즘’이 존재할 수 없다는 방증”이라며 “특히 현재 ‘과잉 대표’ 되는 워마드는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는 하나의 인터넷 게시판으로 하나의 의제를 공유하는 집단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워마드를 비판하며 한국 페미니즘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양성 평등과 여성 인권 신장을 요구하는 페미니즘은 전 세계에서 공유되는 보편적 사상이며 이를 실현하는 것은 국가적 과제”라며 “이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일부 과격한 목소리가 있다고 해서 페미니즘 자체를 거부하고 반대하는 것은 ‘꼬투리’를 잡아 페미니즘을 매도하려는 핑계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윤김 교수도 “이미 페미니즘은 모든 여성에게 적용되는 ‘생존 기술’이다”라며 “워마드와 한국 페미니즘을 동일시하는 것은 워마드의 과잉 대표화를 통해 페미니즘을 억압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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