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으로 충분” 보좌진 무용론 비판에…김 “왜곡됐다” 자초지종 들어보니

정의당 김종대 의원 <뉴시스>
‘보좌진 9명→1명 감축’ 발언에 정치권 안팎 비난…“의원 역할 몰이해”
金 “자르겠다는 말 아냐…의원 신변 보좌 아닌 ‘지역 민생 보좌’ 취지”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보좌진을 1명으로 대폭 줄이겠다.” ‘김종대發 파격 발언’으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정의당 김종대(비례‧초선) 의원은 현행 9명의 국회의원 보좌진을 1명으로 확 줄이고, 나머지는 당으로 가거나 지역 돌보는 활동을 시키겠다고 선언했다. 큰 틀에서 불필요한 낭비와 특권을 줄이자는 것이지만, 긍정보다는 비난이 주를 이루는 상황이다.
 
‘너무 튄다’는 지적에서부터 ‘보좌진 무용론’ 부추기기, 일자리 박탈, ‘벌써부터 지역구 눈독 들인다’ 등의 비난이 쏟아진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진의가 잘못 전달됐고 “왜곡됐다”면서 다소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그의 파격 발언에 관한 자초지종을 들어보자.

 
김 의원은 지난 3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국회 개혁은 국회의원 개혁’이라는 제하의 글에서 보좌진 대폭 감축을 선언했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에서) 여당 의원은 행정부로부터 빼낸 정보로, 야당 의원은 보좌관을 쥐어짜 (의정활동) 하니 자신의 실력이 아니다”라며 “서방 의원들은 자신의 실력으로 발언한다. 그런데 우리는 실력이 아닌 권력으로 발언한다”고 했다.
 
그는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것, 생각보다 간단하다. 국회의원이 제 할 일을 스스로 하면 된다”며 “공부도 스스로 하고 사무실 회계 정리, 전화 받는 것, 법안 서명 받고 커피 타는 일까지 의원이 직접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불필요한 낭비와 특권을 줄이지 않으면 국회가 개혁되지 않는다”며 “9명의 사무실 직원? 확 줄여서 1명이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 “나머지 8명은 의원을 보좌하는 일을 할 필요가 없고, 당의 민생 부서로 가거나 지역에서 시민을 돌보는 일에 종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최근 이 과정에서 보좌진 일부가 이미 사표를 냈다는 얘기도 나왔다.
 
“1명으로 충분” 선언
파격 정치실험 가능할까

 
현행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1명의 의원은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7·8·9급 비서 각 1명 ▲유급 인턴 1명까지 총 9명의 보좌진(신분은 별정직 공무원)을 둘 수 있다. 1명으로 줄이겠다는 김 의원의 방침이 현행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 9명 내에서 재량껏 둘 수 있고, 이들의 인원에 따라 세비가 지급된다.
 
다만 대부분의 의원실은 국회의원의 정무, 정책, 지역구 관리 등 폭넓은 업무 수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9명의 보좌진을 둔다. 이 때문에 1명으로 줄이겠다는 김 의원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파격적이다”라는 호기심 섞인 반응도 나오지만 대체로 격앙된 반응이다. 국회의원 역할에 대한 몰이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고, 보좌진 일자리를 뺏겠다는 것이냐고 비난하기도 했다.
 
전직 보좌진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의원이 왜 할 일이 없나. 입법과 예산, 정부정책 감시 역할 등 광범위한 일을 하려면 상당한 인력과 전문성을 갖춘 보좌진이 필요하다”며 “(김 의원이) 국회의원 역할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그의 발언은) 자칫하면 국민들로 하여금 세금이 쓸데없이 낭비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국회 무용론까지 얘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자신도 보좌관 출신인데 보좌관을 했기 때문에 전문성이 더 생긴 것 아니냐”며 “의원은 전문성뿐 아니라 대표성도 있어야 한다. 의원 역할이 국회법에 한정된 그런 역할만 있는 게 아닌데 (김 의원이) 제대로 된 의원의 역할이 어때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88만원 세대’ 저자로 잘 알려진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대체적으로 김종대 의원 거의 대부분을 지지하지만 이건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내부’도 유사한 반응이다. 김 의원실 보좌진 한 관계자는 “취지는 의원들이 직접 해야 한다는 것인데 너무 과감해서 아무래도 좀 비판을 많이 받고 있다”고 전했다.
 
“민생부서 탄탄한 당과
연계해 지역 시민 보좌“

 
당사자인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진의가 왜곡됐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보좌진에게) 나가라고 한 적도 없고, 사표를 받을 일도 없다”고 했다. ‘9명→1명 감축’과 관련, 8명을 내보내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보좌진 신분은 유지하되, 의원 개인의 ‘신변 보좌’가 아니라 시민의 ‘민생 보좌’ 역할로 지역으로 돌리겠다는 게 그 취지다. 또 “최근 2명이 사표를 쓴 건 맞지만, 지방선거 전 일로 더 좋은 직장으로 갔다”며 “이번 사안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했다.
 
또 보좌진의 지역 민생보좌 역할을 ‘중앙당과 연계’하려는 게 자신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정의당 민생부서가 다른 당보다 가장 잘 돼 있다”며 “여성, 성소수자, 특히 청년 조직이 잘 돼 있어 충분히 직무 역량을 강화할 만한 여건을 갖췄다”고 했다. 이는 정의당만의 특수성도 바탕이 된다. 정의당 소속 의원의 보좌진은 다른 당과 달리 당비를 내는 ‘당원’이다.
 
그러나 그는 최근 중앙당으로부터 이러한 조치에 대해 ‘불가’라는 유권 해석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중앙당이 마치 의원실에서 인력을 받아 일하는 것처럼 비춰지고, 국회법 위반 소지도 있어서 수용이 곤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보좌진도 당원인 만큼 중앙당에 근무하게끔 폭넓게 인정하자는 게 제 주장이지만, 현재 교착 상태”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또 이번 사안을 놓고 입법활동에 몰두하기 보다 벌써부터 지역구 관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지역 주민 사업과 재선이 무관치 않다”며 “지역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재선도 되는 것”이라고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진짜 잘못된 재선 운동은 주민 봉사도 안 하면서 오로지 선거용으로 지역활동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울러 “입법이라는 게 현장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주민들 얘기를 듣고 그 어려움 속에서 입법과제를 도출하는 것이지 국회에서 가만히 앉아서 무슨 입법을 하느냐”고 반문했다. 보좌진 ‘지역 민생보좌관’ 역할을 ‘특권 내려놓기’라고 밝힌 김 의원은 다른 특권 내려놓기도 약속했다.
 
그는 “내년에 선거가 없는 만큼 후원회를 해체해 정치자금 안 받고, 앞으로 외유성 해외출장은 가지 않겠다”며 “(후반기 국방위) 간사가 돼 나오는 돈(국회 특활비)이 있다는데 이것도 안 받겠다”고 밝혔다. 또 “세비 50% 이상을 (처음부터) 기부금이나 당비로 다 내고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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