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왕국’ ‘뉴스 명가’ 명성 사라졌다

최승호 MBC 사장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MBC가 지상파 방송 위기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최승호 사장 취임 이후 변화를 기대했던 시청자들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과거 MBC는 드라마, 예능, 뉴스 등에서 압도적인 시청률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하지만 지난해 있었던 파업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많은 사람들이 MBC를 떠났고 그 과정에서 생겨난 갈등으로 인한 내상이 적지 않다.

인적 쇄신 속 내부 갈등으로 어수선, 많은 사람 떠났다
뉴스데스크 앵커 7개월 만에 교체…왕종명·이재은 체제


MBC는 지난해 9월 파업을 시작해 최승호 사장이 12월 말 취임하기까지 4개월간 일손을 놓다시피 했다. 게다가 최 사장은 취임 이후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갈등이 생겨 났다.

최 사장은 지난 1월 17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 신뢰 되찾겠다는 초심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저희가 오랜만에 제대로 된 방송을 하려다 보니 부족한 게 많다. 2012년 파업 이후 현장을 떠났던 인력들이 이제 막 돌아왔다. 현장 감각을 되찾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사장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와 같이 MBC는 최근까지 뉴스, 드라마, 예능 등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실제로 최 사장 취임 이후 약 두 달간 주중 미니시리즈를 내보내지 않았다. 방송사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재정비 시간을 갖는다는 명분이었지만 방송계에서는 사실상 내보낼 작품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후 방송된 드라마들 또한 급히 제작되다 보니 완성도가 떨어지고 트렌드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새 드라마 시나리오는
케이블 방송이 먼저

 
MBC는 드라마 왕국이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향후 MBC가 드라마 왕국으로 불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TNMS 미디어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8일 방송된 수목드라마 중에 시청률 1위는 tvN ‘아는 와이프’로 3회 전국 시청률 7.2%를 기록했다. 지상파와 같은 기준으로는 6.9%로 동시간대 지상파 수목드라마를 모두 제압했다.

지상파 수목드라마 1위는 SBS TV ‘친애하는 판사님께’로 9~10회 전국 평균시청률 5.55%(9회 4.9%·10회 6.2%)보다 높다.

2위는 KBS 2TV ‘당신의 하우스 헬퍼’로 21~22회 전국 평균시청률은 3.95%(21회 3.9%·22회 4.0%)였다. MBC TV ‘시간’ 9~10회는 전국 평균시청률 3.9%(9회 4.2%·10회 4.2%)에 그치며 3위를 기록했다.

이 시청률은 MBC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물론 지상파 드라마들의 저조한 성적은 MBC뿐만이 아니다.

케이블 tvN과 종편 JTBC는 최근 드라마 분야에서 지상파를 압도하고 있다. 방송계에서는 새로 나오는 드라마 시나리오가 지상파 방송사가 아닌 tvN과 JTBC에 먼저 건네질 만큼 상황이 역전됐다는 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안타까운 점은 이들 두 방송사 제작 인력인 PD 등의 스태프들이 대부분 지상파에서 옮겨온 이들이라는 점이다. 지상파들이 정쟁에 휘둘려 방송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새로운 일터를 찾아 나선 사람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예능 분야도 마찬가지다. MBC를 넘어 우리나라 예능의 대표주자였던 ‘무한도전’ 종영 후 자랑할 만한 예능 프로그램이 없다. ‘무한도전’ 대신 새로 편성된 ‘뜻밖의 Q’는 시청률 3% 수준이고 일요일 황금시간대인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도 시청률 2%를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왼쪽부터) 박성호·손정은·김수진·임현주·박경추 앵커 <뉴시스>
    종편에 밀리는
뉴스 시청률

 
MBC의 추락은 뉴스 분야도 마찬가지다. 간판 뉴스 ‘뉴스데스크’ 시청률은 회복 기미가 보이지를 않는다.

과거 김재철‧김장겸 사장 시절 MBC 뉴스는 이미 시청자들에게 신뢰를 잃었다. 하지만 새롭게 바뀐 최승호 사장 체제에서도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게 문제다.

최 사장 취임 후 뉴스데스크는 박성호‧손정은 앵커가 이끌었다. 박 앵커는 최 사장과 함께 2012년 ‘170일 파업’ 주동자로 몰려 해직된 6명의 언론인 중 한 명이다. 손 아나운서 또한 2012년 파업 참여를 이유로 5년간 사실상 방송에서 배제됐었다.

박 앵커는 뉴스데스크 앵커 낙점 직후 “공영방송다운 뉴스를 전하고, 시민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권력을 견제하고, 사회적으로 힘이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등 역할에 충실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뉴스데스크를 바라보는 시청자의 반응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시청률이 전부는 아니지만 과거 뉴스데스크의 명성을 되찾기에는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결국 MBC는 지난 7월 16일부터 박성호·손정은 앵커 대신 왕종명·이재은 앵커를 뉴스데스크에 내보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스데스크 시청률은 정체 또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5일 MBC 뉴스데스크 시청률은 역대 최저 수준인 1.97%를 기록했다. 지난 1년간 주말 시청률이 3~5%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사태의 심각성이 크다. MBC 뉴스데스크의 7월 평균 시청률(주말 제외)은 3.39%였다.

8월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은 2%대로 지상파 3사 중 최하위인 것은 물론 종합편성채널인 JTBC 3%대에도 밀리는 수준이다.

시청률과 신뢰도 하락은 경영에 치명타다. 드라마‧예능의 인기가 떨어지면 광고수익이 줄기 때문이다.

MBC의 관리·감독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에 따르면 지난해 MBC는 565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는 그 이상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최 사장 해임 얘기도 나온다.

실제 지난달 중순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서는 야권 추천 이사들이 시청률 부진의 책임을 물어 최 사장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 냈으나 부결됐다.

전문가들은 MBC의 추락에 대해 달라진 방송 환경을 지적하고 있다. 유튜브 등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이 방송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MBC가 그러한 변화의 흐름을 못 따라가고 있는 점이다. 드라마나 뉴스나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이 없다면 존재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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