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전당대회 전부터 ‘대립각’… DY 당선 후 갈등 본격화 조짐

정동영, 박지원 의원 <뉴시스>
‘진보 경쟁’ 성과 미지수… 비DY계에 ‘흔들기’ 명분 줄 수도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민주평화당에 내분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정동영 신임 당대표가 당선 직후부터 ‘좌클릭’ 행보를 나타낸 것이 도화선이 됐다. 박지원 의원을 필두로 한 비DY계는 ‘중도 개혁’을 표방한 당 기조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 대표의 의도대로 ‘진보 경쟁’에 성공한다면 ‘지지율 상승’과 ‘정체성 확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역부족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비DY계에 ‘정 대표 흔들기’의 명분만 내어주는 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약한 당 존재감에 악영향을 미쳐 DY 리더십에 위기가 찾아올 공산이 크다.
 
당대표 취임 후 연일 ‘좌클릭’ 행보를 하고 있는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를 향해 당내 중진인 박지원 의원이 제동을 걸었다. ‘중도개혁’을 표방한 당 기치와 맞지 않다는 것.
 
박 의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 대표께서 지나치게 좌클릭을 한다면 우리는 중도개혁을 DJ(김대중) 때부터 표방했다기에 토론의 필요성이 있다”며 정 대표의 독주에 반기를 들었다.
 
박 의원은 “1인 독주면 국가도 당도 회사도 성공하지 못한다”며 “정당한 토론과 소통이 필요하지만 독주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에게 압박을 가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는 “(당대표 선거)결과에 승복하고 성공하도록 협력해야 한다”면서도 “(비판을) 알력으로 해석하면 대통령, 회장에게 고언 직언하지 말라는 말과 똑같다”고 부연했다.
 
“정의당보다 더 정의” DY의 속내는?
 
정 대표와 박 의원의 대립각은 취임 후 ‘정의당보다 더 정의로운 당을 만들겠다’며 좌클릭에 나선 정 대표의 발언이 발단이다.
 
당초 평화당은 중도개혁 정당을 표방해 왔지만 정 대표가 선출되며 “평화당이 정의당과 민주당 사이로 움직여야 한다” “정의당보다 더 정의롭게 가야 한다” 등이라고 언급하면서 당내 논란이 커졌다. 평화당은 당초 국민의당에서 갈라져 나온 만큼 중도개혁 노선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
 
정 대표는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부산 한진중공업을 택했다. 정 대표는 지난 6일 한진중공업을 방문해 “구조적 불평등, 부정의를 바로잡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가겠다”며 “비정규직의 한탄, 청년 실업자의 애로사항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날 첫 번째 회의의 캐치프레이즈도 ‘민주평화당이 다시 희망버스를 탑니다’를 내걸었다. ‘희망버스’는 2010년 한진중공업 생산직 근로자 수백여 명의 희망퇴직에 반대한 노조원들을 응원하기 위해 그 이듬해 운영한 버스를 말한다. 2011년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이었던 정 대표는 노회찬 원내대표와 함께 부산 희망버스에 동참했다가 경찰이 뿌린 최루액에 맞기도 했다.
 
정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정의당보다 정의롭게 가야겠다”고도 밝히며 ‘좌클릭’에 방점을 찍었다.
 
정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진보 진영 공략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진보 진영의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지지율 하락세를 기록하며, 진보 지지층의 대거 이탈 조짐이 나타났다. 정치권에서는 이탈층이 정의당으로 유입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정의당 지지율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울 뿐 아니라 자유한국당을 제치고 지지율 야당 1위에 올라설 정도로 상승세가 무섭다. 이에 정 대표가 정의당과 경쟁 구도를 형성함으로써 이탈층의 분산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또 다소 불분명했던 당 정체성 확립을 위한 포석일 공산도 크다. 평화당은 ‘중도개혁’을 표방했지만, 호남권 공략을 위해 때때로 ‘진보’ 카드를 꺼내들며 당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정의당, 바른미래당보다 뒤처지며 지지율 1%대를 나타내는 상황이다. 때문에 한 자릿수인 당 지지율을 끌어 올려 당의 존재감을 찾아야 하는 과제가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朴 “당내 문제 부각될 것”
 
하지만 정 대표의 이 같은 전략이 관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 대표의 의도대로 풀리면 좋지만, 당내 분란만 자초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보다 더 진보를 표방하는 진영은 이미 정치적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평화당으로서는 승산이 없다는 부정적 관측이다.
 
결국 당 지지율이 횡보하면 박 의원을 필두로 한 비DY계에 명분을 내어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치9단’으로 불리는 천정배·박지원 전 대표가 ‘흔들기’로 반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두 의원이 ‘정적’으로 돌아선 것은 비단 최근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 이 같은 주장을 방증한다. 두 의원의 대립각은 지난 8.5전당대회 전후부터 시작됐다. 정 대표를 지지하는 정동영계와 최경환·유성엽 의원을 지지하는 박지원계 간의 대결구도로 치러졌다. 이 과정에서 정 대표 측은 친(親)민주당 노선을, 최·유 의원은 중도 노선을 강조했다. 여기에 박 의원은 “새 사람을 키워야 한다”며 정 대표의 출마를 사실상 만류했지만,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은 안 된다”며 자신의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정 대표가 당선됐지만 이번 정 대표의 ‘좌클릭’ 행보를 단초로 ‘DY계’ 대 ‘비DY계’의 갈등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박 의원은 지난 6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해 “당내 문제가 좀 부각될 것”이라며 “우리 당의 의원들 성향이 지금까지 중도개혁을 표방했기 때문에 정의당보다 더 정의롭게 한다는 그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지, 또 정 대표께서 어떠한 방향으로 당을 이끌고 갈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주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