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종류, 1700여 개에 달해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암호화폐(가상통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를 현혹하는 가짜 ICO(암호화폐공개)가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수익을 앞세운 암호화폐 투자는 경계부터 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한다.

국제 ICO 규모, 지난해에 비해 3배 증가…사기 피해 금액 약 2500억 원

ICO는 암호화폐 사업자의 기업 자금 조달 방식으로 새로운 가상화폐를 발행해 투자자에게 팔아 자금을 모집하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사전 판매로 거래소에 상장되기 전에 암호화폐를 살 수 있는 방식이다.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거래소에 상장될 경우 차익을 기대할 수도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최근 가상통화 시장조사업체인 코인스케줄닷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ICO를 통해 조달된 자금은 119억 달러(약 13조4000억 원)로 추산됐다. 지난해 ICO 규모는 39억 달러로 상반기 모금액이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선 것은 물론 3배나 불었다. ICO 규모는 지난 2016년 9500만 달러에서 매년 급성장하는 추세다.

프로젝트가 급증하면서 암호화폐 종류만도 수천 개에 달한다. 암호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 등에 따르면 이달 현재 암호화폐 종류는 1784개에 이른다. 지난해 9월 1000여 개에서 1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한 것. 국내로 한정하면 150개 이상의 가상통화가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투자자 보호에는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돈이 ICO로 몰리면서 실체가 없는 사기성 프로젝트도 잇따랐다.

미국 가상화폐 및 블록체인 분석기업 체인널리시스(Chainalysis)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ICO와 관련한 금융사기 피해금액만 2억2500만 달러(약 2500억 원)에 달하고 피해를 입은 투자자 수는 3만260명으로 추정됐다.

국내의 경우 지난해 암호화폐 열풍으로 ICO‧채굴‧투자라고 속인 유사수신 혐의업체가 전년 대비 약 4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고수익 암호화폐 투자를 빙자한 유사수신 업체들은 지난 2016년 27건에서 지난해 39건으로 44.4% 늘었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 관련 유사수신 신고‧상담도 지난 2016년 53건에서 지난해 453건으로 뛰었다.

지난해 유사수신 피해 신고 건수 712건 중 절반이 넘는 453건(64.6%)은 암호화폐 공동구매와 관련된 사기 사건이었다.
 
‘보물선 코인’ 들썩
“시장이 병들고 있다”

 
지난달 암호화폐 시장은 ‘150조 원 보물선’으로 들썩였다. 신일그룹이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면서 “이를 담보로 암호화폐 신일골드코인(SGC)를 발행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로드맵도, 백서도 없는 코인에 전문가들은 혀를 내둘렀다. 싱가포르 신일그룹은 지난 5월부터 ‘150조 원 보물선’을 내세워 신일골드코인을 판매하는 수법으로 수십억 원의 투자금을 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은 요란했으나 신일그룹은 현재 투자 사기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신일그룹 전‧현직 임원 등 핵심 관계자들을 소환해 울릉도 앞바다에 가라앉아 있는 ‘돈스코이호’의 가치를 부풀려 투자금을 끌어모았는지 집중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조사에서 대부분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물선 코인은 ICO 열풍의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사기 ICO로 시장이 병들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유명 업체의 이름을 빙자해 자금을 모으는 사기도 빈번한 상황이다.

지난달에는 카카오를 사칭해 암호화폐 투자자를 모집하는 낚시성 사이트가 발견됐다.

카카오 네트워크 콘(KON)이라는 사이트는 카카오의 공식 웹페이지와 유사하게 구성돼 있다. 특히 카카오의 블록체인 전문 계열사인 ‘그라운드X’의 대표 등이 최고경영자(CEO)로 ‘카카오 네트워크’에 재직하는 것처럼 게재했다.

이 사이트는 “정보 입력과 본인 확인이 완료되면 (암호화폐) 지갑이 개설된다”면서 투자자를 모집했다.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ICO에 나선 보스코인을 사칭한 사기 ICO 프로젝트도 발각됐다. 백서와 팀 멤버가 보스코인과 동일한데 보스코인은 전혀 연관이 없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ICO 시장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자 사기성 코인도 늘어났다”면서 “블록체인 기술과 무관한 토큰 발행이 잇따르고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프로젝트도 많다”고 우려했다.
 
백서‧프로젝트 정보
충분히 분석해야

 
전문가들은 고수익을 앞세운 암호화폐 투자는 일단 경계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한다.

윌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WSJ)은 ICO 프로젝트 중 18%가 사기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WSJ은 사기 ICO 프로젝트가 보이는 공통적인 특징으로 모호한 설명이 담긴 백서와 투자 원금의 보장 등을 꼽았다.

모든 투자가 그렇듯 ICO도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필요한 것. 투자에 앞서 직접 백서와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아보고 성공 가능성과 사용 가치를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암호화폐와 이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이 전문 영역인 것에 반해 관련 정보 교육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나서 검증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블록체인 기술의 신뢰성을 평가하고 기업 기술경쟁력을 제고하는 ‘블록체인 기술 지원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블록체인 기술 간 비교분석이 가능하도록 블록체인 핵심기술‧플랫폼‧서비스(분산앱)의 신뢰성 및 성능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평가체계를 구축 중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일종의 인증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라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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