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조달청 ‘수수방관’에 죽어나는 업체들

일요서울이 단독 입수한 업체 문건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지방경찰청과 경찰서, 관세청 세관 등에 비치 된 지문인식기계 납품업체가 제품을 공급가에 약 2배 부풀린 정황이 일요서울 취재 결과 확인됐다. 같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계약 경우에 따라 가격이 들쑥날쑥하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난다. 고무줄이나 다름없다. 행전안전부(이하 행안부)는 물론이고 조달청에서까지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단계 구조에 공개 입찰서 하청 업체끼리 ‘모의?’
행안부 시험 통과했지만 ‘블로킹’하는 지자체


일요서울이 지난 2009년~2018년 조달청 나라장터 계약현황(수의계약)을 살펴본 결과 한 업체의 지문인식기계의 납품 가격이 들쑥날쑥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1대당 최저 148만5000원에서 최고 392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A지방경찰청과의 동일 계약에서는 392만 원에 2대, 50만 원에 1대로 체결하기도 했다. 물품 분류번호와 식별번호도 동일한 제품이다.

이 업체가 다수 수의계약한 대상은 전국의 여러 지방경찰청과 경찰서. 일부는 관세청 세관,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와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요서울이 단독 입수한 업체 문건에 따르면 이 업체의 제품은 법무부, 경찰청, 국방부, 관세청 외에도 수사기관에서 1200대 이상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지문인식기계는 잉크를 사용하지 않고 십지지문영상을 채취해 주민등록증 신규 발급, 수사기관에서의 신원확인 등의 용도로 활용된다.
 
공급가보다
최대 3배 부풀리기

 
일요서울이 단독 입수한 또 다른 문건에 따르면 한 제품의 공급가는 85만 원(부가세 별도)이다. 업체가 정한 최종소비자가는 140만 원. 앞서 밝힌 기계와는 다른 제품이지만 이 물품도 나라장터 계약 현황을 살펴본 결과 최저 135만 원에서 최고 220만 원까지 다양한 가격으로 계약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제품은 (앞서 밝힌 기계와) 단가는 비슷하다. 제조연도가 달라짐에 따라 이름이 바뀌고 약간의 성능만 개선됐지 똑같은 제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종소비자가가 공급가에 비해 약 2배 높은 상황에서 한 지방경찰청과 계약한 최고 납품가는 공급가의 약 3배 높은 가격인 것. 이는 수의계약 현황이고 공개 입찰 내용을 살펴보니 업체 경쟁에 따라 가격은 더욱 천차만별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업체는 하청에 하청을 둔 뒤 판매권을 주고, 하청 업체는 판매가를 부풀려서 수수료를 챙기고 때로는 공개 입찰에서 하청 업체끼리 (모의를 해) 가격 경쟁을 하기도 한다. 다단계나 다름없다”면서 “하청 업체는 공급가인 85만 원 이상만 받으면 남는 것이다. 손해 볼 것이 없다. 이런 행태는 행안부가 비호를 해주지 않으면 보상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나 해당 하청 업체들은 (양심적으로라도) 왜 안 따질까. 하청 업체들은 무인민원발급기라는 다른 장비를 팔고 있는 업체들이다. 하청을 하면서 수수료로 충분히 이득을 보고 있고 (행안부‧해당 업체에) 밉보이면 (본인들 제품을) 못 팔 것 아닌가. 그래서 말을 못하는 것”이라며 “행안부‧조달청까지도 묵인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업체가 입찰에서 1980만 원짜리 무인민원발급기를 1100만 원에 (투찰)했다 치면 다른 계약에서 제재해야 할 것 아닌가. ‘너희 계약 기록 보니까 1100만 원까지 낮춰서 판 기록이 있는데 원가 산출 잘못한 것 아니냐.’ 그러나 안 낮춘다. 똑같이 가격을 올려서 판매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달청도 알면서 수수방관하니까 이런 제품들이 계약되는 것”이라며 “원가는 실질적으로 40~50만 원인데 입찰에서 153만 원 예가(預價) 잡은 것을 보고 88%(투찰률)해서 135만 원에 체결하는 것이다. 모두가 알아도 묵인한다. 따지면 따진 업체를 못 들어오게 하니까”라고 전했다.
 
업체 막는 지자체
방관하는 행안부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의 문제도 지적했다. 제품 개발이 필요하면 공고서와 규격서 등을 올려 업체들에게 RFT(Request For Tender‧입찰요청)를 하는데 자신들과 긴밀한 관계이거나 시장을 선점하는 업체 외에는 블로킹(Blocking‧저지)한다는 것.

실제로 입찰공고 내 여러 지자체의 규격서를 살펴본 결과 “외산 제품이 아닌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일 것”, “시에 주된 영업소를 두고 있어야 할 것”, “지자체에 납품한 실적이 있는 제품일 것” 등의 내용이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행안부에서 ‘주민등록증 전자적 지문등록 장비 표준’이라고 해서 규격 준수 장비를 가진 업체 5곳을 선정한 바 있다. 행안부 주최로 정식 시험을 봐서 통과한 업체라는 것이다. ‘이 업체들의 제품은 구매해도 됩니다’라고 지자체에 공지한 것”이라며 “그러나 지자체에서는 ‘외산 제품 안 된다’ 등의 블로킹을 한다. 행안부가 선정한 업체 중 3곳이 수입제품이다. 이 말은 아무리 행안부에서 통과된 제품이라도 지자체가 RFT에서 막아버리면 다수 업체들이 입찰 경쟁에 못 들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자체들은 별 조건을 다 맞춰서 입맛에 맞는 업체들을 선정한다. 이런 내용을 행안부에 항의하면 ‘지자체가 잘못한 것이지 왜 우리한테 따지냐’라며 빠져 나간다”면서 “더 웃긴 것은 지자체 공무원(담당자)들의 무지(無知)다. RFT의 공고서‧규격서를 본인들이 만들어 업체에 공지하는 것이 아니라 업체들이 작성해 담당자에게 전달한다. 담당자는 업체에게 받은 자료를 그대로 잘라서 붙여 넣은 뒤 한 업체에 맞게 수정한다. 아는 게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러한 이유로 특허나 기술력은 가지고 있지만 예산과 입찰 요청 기관과의 관계‧정보 등이 부족한 회사들은 입찰 경쟁에서 제외되거나 도태된다는 의미다. 또 이러한 내용을 행안부와 조달청, 지자체에서도 알고 있지만 수수방관과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요서울은 메일과 전화통화를 통해 납품 가격이 들쑥날쑥한 해당 업체에 질의를 해봤으나 “담당자에게 전달해 주겠다”고만 답변 받았을 뿐 자세한 내용은 들어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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