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새판짜기’ 동상이몽 속 ‘文-DY’ 동맹 결성

<뉴시스>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빅딜’을 시작했다. 정 대표가 취임 직후 ‘선거제도 개혁’을 우선 과제로 꺼내들었고, 문 대통령이 이에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선거제도 개혁을 대선 공약과 개헌안에도 포함시켰던 만큼 정 대표의 이슈화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의 경우 민주평화당과 연대를 포석으로 야권과 ‘협치’를 모색할 수 있고, 오랜 숙원을 해결할 적기를 맞은 셈이다. 정 대표의 경우에도 다당제 기틀을 마련함으로써 여당 일변도의 민심을 전환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동안 잠잠했던 야권도 동조 분위기가 형성됨에 따라 ‘文-DY’발 선거제도 개혁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하반기 국회에 민생 및 개혁 입법 처리에도 ‘일조’ 전망

문재인 대통령과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의 공감대가 본격 형성된 것은 정 대표의 취임 직후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6일 정동영 신임 대표와 당선 축하 통화를 했다.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혁은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자유한국당도 손해를 볼 일이 없다. 나는 이미 몇 차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고, 그 내용을 개헌안에 담았다”면서 정 대표에게 선거제도 개혁에서의 역할을 당부했다.
 
이는 정 대표가 지난 5일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선거제도 개혁에 앞장서겠다”고 밝힌 데 따른 문 대통령의 화답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도 지난해 대선 공약으로 비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도 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설명대로 지난 개헌안에도 포함된 바 있다.
 
앞서 정 대표는 지난 5일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당 우선과제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 대표는 “70년 동안 양당제로 굳어온 거대 양당 체제를 혁파하고 민주평화당이 앞장서서 국민들이 자신들의 대표를 국회로 보낼 수 있는 다당제의 선거제도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며 “장병완 원내대표와 손잡고 민주평화당이 숫자는 작지만 자유한국당을 견인하고 더불어민주당을 설득하고 바른미래당과 정의당과 협력해서 5당 연대를 만들어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문-DY’ 간 연합은 급물살을 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5당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서 선거제도 개편 추진 지지에 방점을 찍었다.
 
문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편은 여야 합의로 결정되는 것이고 대통령이 주도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운을 뗀 뒤, “지난 개헌안 제시 때 내용을 담았는데 비례성·대표성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대통령 개인적으로는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9대 국회 때는 중앙선관위가 중립적인 입장에서 의석수까지 제시하면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국회에 제시한 바 있어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의당과 민주당이 함께 노력했었는데 정당 간에 의견이 맞지 않아 끝내 실현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文-DY 각자의 속내는
 
현행 소선거구제도는 양당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좋은 제도다. 이에 다당제 정립과 발전을 위해서는 중대선거구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게 선거제도 개편을 주장하는 측의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과 정 대표가 공식 입장을 표명하기 전부터 사전 조율이 있었을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의 경우에는 이러한 선거제도 개편이라는 카드를 꺼냄으로써 ‘공약 이행’과 ‘협치’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선거제도 문제를 줄곧 피력한 고 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의 죽음을 계기로 여론의 관심이 커졌고, 야권에서도 선거제도 개편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만큼 이번이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협치의 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커다란 진전이 있다. 정부 여당의 기득권을 내려놓음으로써 야권과의 협의 테이블을 구성했다는 것. 향후 하반기 국회에 민생 및 개혁 입법이 산적한 상황을 감안해서도 문 대통령이 정치권에 협치의 손을 내민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여야 5당에 선거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피력한 것은 협치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정부 여당이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대우하는 모양새가 형성됐다. 그동안 정부 여당이 ‘협치’를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에서의 지적도 있었는데, 이를 종식시킬 수 있는 좋은 수를 ‘적기’에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대표의 경우에는 ‘새판짜기’를 노려볼 수 있다는 전망이다. 6.13지방선거 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 꼴찌를 기록한 오명을 떨치고, 문 대통령과 ‘동맹’을 통해 전화위복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비례성 강화를 통해 다당제 기틀을 마련, 여당 일변도의 민심을 바꿔보기 위한 전략 변화로 풀이된다.
 
민주당‧한국당에 달려
 
군소정당의 대표가 꺼내들고, 대통령이 화답한 사안은 이제 민주당과 한국당에 달렸다. 선거제도 개편 등 정치개혁 사안은 대통령과의 합의가 아니라 국회에서 여야 합의를 통해 입법으로 풀 문제이기 때문.
 
민주당의 경우 선거제도 개혁이 이뤄질 시 현재로서는 가장 불리하다. 6.13지방선거 압승 뒤에는 “현행 소선거구제가 유리하다”는 당내 분위기가 형성되는 등 선거제도 개혁에 소극적 태도가 감지되기도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이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고, 기존에 ‘연동형 비례제’를 주장해왔던 만큼, ‘문(文)-DY’ 간 연대를 시작으로 앞으로 선거제도 개혁에 나설 공산이 크다.
 
자유한국당은 호의적인 분위기다. 다만 선거제도 개혁이 포함된 대통령 개헌안 처리에 반대한 바 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여당일 당시 선거제도 개혁을 완강히 반대했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미지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민주평화당이 주장하는 선거제도 개혁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유권자가 지역구 후보와 정당 명부에 각각 1표씩 행사, 그 중 정당 투표 결과로 정당 전체 의석수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선거 결과 A당이 50%, B당이 30%, C당이 20%를 득표했다면 의석수도 그 비율대로 배분된다. 정당별 의석수가 결정되면 지역구에서 획득한 의석을 먼저 채우고, 남은 의석은 정당 명부 순서에 따라 비례대표가 채운다.
 
결국 정당 투표 결과로 정당이 차지할 총 의석수가 결정되기 때문에 비례성이 높게 나타난다. 즉, 사표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여기에 비례성이 향상되면 다당제가 제도적으로 정착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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