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션 개발에 18억 들였지만 납품 못한다니…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약 9년 동안의 연구·개발과정 끝에 지자체 등에서 사용되는 새로운 방식의 지문 입력 시스템을 개발하고도 정작 납품하지 못하는 한 기업이 억울한 사연을 호소하고 나섰다. 해당 기업은 2009년 4월 회사 설립 이후 여러 지자체와 MOU를 체결하며 시범사업도 진행했지만 정작 납품 입찰 등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행안부 “‘오류 표시’ ‘삭제’ 기능 별도다”
A사 “시스템 내에 해당기능 들어있다”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A사는 주민등록증 최초 발급 시 손에 잉크를 묻히는 방식이 아니라 전자식 방법으로 십지문을 생성해 지자체 등에서 사용하는 온라인상 서식지를 완성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오랜 연구개발 끝에 2010년에는 관련 특허도 취득했고 여러 지자체와 MOU를 체결한 뒤 시범사업을 진행해 시스템에 대한 호평을 받으며 지자체 도입을 준비해 왔다. 하지만 해당 사업은 법령 미비와 제도 개선이 우선이라는 이유로 수년간 지체돼 왔다. A사는 이 사업 연구와 개발을 위해 약 18억 원을 투자해 왔다.

그러던 중 주민등록법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안이 2016년 7월 발표됐고 A사는 사업 재계에 대한 희망에 부풀었다. 하지만 A사는 지자체와 계약을 맺지 못했고 자신들이 개발한 시스템을 납품할 수도 없었다. 지자체에 시스템을 납품하게 된 기업은 B사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행안부-B사 결탁 의혹
특허 회피토록 도왔나?


A사는 대표 명의로 억울한 사연을 담은 탄원서를 지난해 12월 7일 대통령 비서실에 전했다. 

기자가 확인한 탄원서에 따르면 A사는 “담당 부서인 행정자치부 주민과에서 기존에 주민과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업체와 결탁(고의적으로 예가를 낮추고 특정업체와 수의계약하는 방식)하여 고의로 특허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고 적었다. 

간단히 정리하면 A사가 개척해 놓은 사업을 오랜 기간 행정자치부와 여러 사업을 진행해 왔던 B사가 가로챘다는 주장이다.

탄원서에는 A사가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실을 통해 행정자치부로 특허침해 및 사업 등에 대해 질의한 내용도 담겼다. 탄원서에 따르면 A사는 “행정안전부의 답변은 특허가 있는 회사의 특허(10-1060298)을 회피해 개발했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행정자치부에서 김 의원실로 보내온 공문에 따르면 특허권 침해에 대한 행안부 입장과 대책을 설명하면서 “우리 부는 사업 추진 시 특허관련 변리사 자문을 통해 ‘전자적 십지문 등록시스템’ 특허를 검토하여 해당 특허가 침해되지 않도록 사업 추진‘이라고 적혀 있다. 

A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자신들의 특허를 회피해 개발하도록 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공문에는 행안부가 A사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A사의 ‘십지지문 등록모듈’에는 ‘오류표시 모듈’ ‘지문삭제 모듈’을 포함하고 있지만 행안부에서 운영되는 주민등록시스템에는 ‘오류표시’ ‘삭제’ 기능을 별도로 분리해 구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A사는 주민등록시스템 내에 해당 기능이 들어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사가 작성한 탄원서와 행안부 답변 서류
 2억 넘는 개발비
6300만 원에 따 내다니


지난해 대통령 비서실로 접수된 탄원서는 올 초 행정안전부와 국민권익위원회 등 부처로 이관이 됐다. 

A사의 억울한 사연에 대한 해당 기관들의 답변은 어떤 내용일까.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지난 1월 22일 A사에 답변을 보내왔다. 전체적인 내용은 A사의 의혹 제기에 힘이 실릴 만한 내용들이었다.

답변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권익위는 “B사는 오랫동안 행정안전부의 전산 솔류션 관련 업무를 진행해 온 업체로 현행 법령상 합법적 범위 내에서 행정안전부로부터 호의적인 협조와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행정안전부는 앞서 신청인 등이 제출한 질의서·건의서 등을 통해 습득한 신청인 소유 특허관련 정보, 행정안전부가 그간 지문 등록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쌓아온 지식 등을 활용해 B사에 관련 법령 개정에 따라 도입이 가능하게 된 ‘전자적 지문입력 및 행정절차 자동화’ 관련 솔루션 개발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주었을 것이고 이에 따라 B사는 손쉽게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게 되자 행정안전부는 업계의 통상적 사업비(개발비 최소 2억 원 소요)에 한참 못 미치는 6300만원이라는 금액에 발주하고 B사가 단독 응찰하여 수의계약을 체결했다”고 적었다. 

A사는 B사가 솔루션 개발비 6300만원에 해당 사업을 단독으로 따 낸 것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애초 해당 사업은 조달청을 통해 지난해 9월 8일과 22일 두 번 입찰 공고가 공개됐다. 하지만 B사 단독입찰로 유찰됐고 이후 10월 6일 B사가 수의계약하게 됐다.

A사 측은 당시 상황에 대해 해당 내용이 입찰 공고가 올라왔는지 알지도 못했다고 했다. 오랜 기간 관련사업을 준비해 온 만큼 수시로 입찰 상황을 조회하고 있었는데 전혀 몰랐다는 얘기다. A사는 행안부 측에서 꼼수를 부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A사는 B사가 솔루션 개발비로 입찰 시 써낸 6300만 원은 턱없는 비용이라는 주장이다.

A사 측은 2016년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공개한 소프트웨어기술자 평균 임금표를 기준으로 해당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2억400만 원 정도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절반도 안 되는 싼 가격에 사업을 따냈다는 소리다. 싼 값에 사업을 따 낸 기업은 지자체 등에 제품을 납품하면서 납품가를 높이는 방식으로 이익을 취하기 마련이다.

권익위는 답변서를 통해 A사의 대처법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답변서에 따르면 권익위는 “행정안전부는 신청인 소유의 특허에 대한 간접 침해를 했을 뿐이고 특허 완전 침해는 각급 지자체가 B사의 솔루션을 이용해 관련 업무 절차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함에 따라 특허권 침해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경우 1차 특허 완전 침해를 발생시킨 각 지자체를 상대로 진행하고, 지자체 대상 승소 사례가 축적되면 특허 완전침해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행정안전부를 상대로 2차 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권익위는 A사의 민원에 대해 “행정안전부가 신청인 소유 특허 사항을 도용해 B사와 공유함으로써 B사가 초저가에 솔루션을 개발한 부분, B사가 초저가솔루션 개발·공급으로 입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C사와 스캐너 유통관련 이면계약을 체결해 수수료를 불법적으로 받는 부분에 대해 공정거래 위반 또는 감사 대상 여부 조사 필요(하다)”라고 적었다.

A사의 억울한 상황을 이해하고 기업이 제기한 각종 의혹에 대해 충분한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5월 18일 행안부가 A사 측으로 보내온 답변서는 권익위 답변과 다르다. 앞서 김영진 의원실 질의에 대한 답변과 유사한 것으로 특허 침해 사항이 없고 B사의 수의계약 등은 국가계약법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내용뿐이었다.

개정안·제도 개선만
기다리며 납품 준비


A사는 당초 B사의 수의계약 사실도 알지 못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업계관계자인 D씨에게서였다. D씨는 A사가 오랫동안 전자적 지문인식 시스템 솔루션을 개발해 왔던 것을 알고 있었던 만큼 A사가 아닌 B사가 수의계약을 따 냈다는 소식에 놀라 A사 측에 전달을 해 줬단다. 

이후 A사는 사실 확인을 통해 앞선 내용을 알게 됐고 억울한 마음에 이곳저곳을 두드리게 된 것이다. 

당초 A사는 ‘전자적 십지문 등록시스템’ 시범사업을 통해 지자체로부터 도입 의사를 여러 번 들었다. 하지만 납품까지 이어지지 못한 이유는 관련 법령이 미비하고 제도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사실 주민등록법시행령 개정안도 A사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개정안 시행 전에는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서에 의한 지문 수집은 가능했지만 십지지문을 전산으로 관리하기 위한 근거 법령이 없었다. 

또 행정시스템 등에 지문수록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컸 던 탓에 정부에서는 전자적인 지문등록을 꺼리는 분위기였다. 당시 A사 측은 지문 수록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를 찾아 허락을 받아오는 일까지도 마다하지 않았다. 

사실 지문의 전자적인 등록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그 필요성이 대두되던 상황이었다. 지난 2015년 국정감사 당시에는 인감증명 발급 시 낮은 지문인식률 때문에 부정발급 문제가 지적 된 바 있다. 

2016년 지금의 행안부(당시 행정자치부)가 작성한 ‘주민등록 및 인감정보시스템 지문인식률 기능개선 사업’을 위한 제안요청서에는 당시 지문인식률이 지문인식기 약 89%, 무인민원발급기 약 68%라고 적혀 있다. 

이제 A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법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일뿐이다. 행안부도 권익위도 그 길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A사 측 관계자는 오랜 기간 시스템 개발에 매달려 제품을 개발했지만 납품할 곳을 찾지 못한 채 많은 직원들이 결국 일터를 떠났다고 말했다. 소송을 시작한다면 또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만큼 답답한 마음뿐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