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는 아는데 아시안게임 상황은 모른다?

베트남 호이안 올드타운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베트남 히딩크’ 박항서 감독이 또 한 번 기분 좋은 사고를 쳤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3(23세 이하) 남자 축구대표팀은 지난 23일 인도네시아 브카시 패트리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16강전에서 바레인을 1:0으로 이겼다.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일본을 꺾으며 3전 전승으로 D조 1위를 차지한 베트남은 E조 3위 바레인마저 넘고 토너먼트 첫 관문을 넘었다.
 
베트남이 아시안게임 8강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베트남은 4경기 무실점(7득점) 무결점 성적도 이어갔다. 

지난 1월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을 사상 첫 결승으로 인도하며 국민 영웅으로 등극한 박 감독은 아시안게임을 통해 다시 한 번 주가를 끌어올렸다. 

현지 언론은 물론이고 한국 언론들은 일제히 “베트남은 현재 열광의 도가니”라고 보도했다. 
 
기자는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베트남 다낭‧호이안‧바나힐 등 유명 관광지를 돌며 현지 반응을 살폈다. 베트남의 박항서호가 승승장구를 하고 있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현지의 반응은 조용했다.
 
여러 주점과 식당에서 텔레비전을 틀어놨지만 축구를 보고 있는 시민들은 없었다.
 
현지인들은 기자와 한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인이냐”는 질문은 던졌지만 박 감독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여행을 하고 있는 베트남 관광객들도 기자에게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는 질문을 던져, ‘한국’이라 답했지만 ‘박항서’와 ‘아시안게임’, ‘축구’를 언급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들에게 ‘박항서를 아느냐’라는 질문을 하자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박 감독은 알고 있지만 현재 아시안게임에서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선전은 모르는 모양새다. 

지난 19일 베트남 vs 일본전이 중계되는 시간에도 휴대전화를 통해 축구를 보고 있는 현지인은 볼 수 없었다.
 
왜 그럴까, 앞서 베트남 국영방송은 중계권료가 너무 비싸다면서 아시안게임 중계권 계약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박항서호가 조별리그에서 일본까지 누르고 3전 전승으로 16강에 진출했지만 베트남 시민들은 축구 중계를 볼 수 없었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결국 베트남 국영방송 VTC와 VOV는 아시아게임 중계권 계약을 뒤늦게 체결했다. 

박항서호가 바레인과 8강행 진출을 놓고 싸움을 벌이기 하루 전(지난 22일)이다.
 
이 때문에 베트남 시민들은 우회경로(인터넷 라이브 스트리밍 등)로 박항서호의 선전을 지켜보거나 경기가 끝난 후 하이라이트 영상만 봐야 했다. 박항서 인기가 뜨뜨미지근했던 이유다.
 
한편 아시안게임 중계권은 130만 달러(약 14억5000만 원)로 알려졌다. 중계권을 획득하는 데는 베트남 이동통신사 비엣텔(Viettel)이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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