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 변재일 컷오프 정우택 공천 취소 4선 이명수 홍문표도 좌절

국회의장을 지낸 박병석 6선의원(대전서구갑)이 22대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대전시의회에서 하고 있다.[사진 = 육심무 기자]
국회의장을 지낸 박병석 6선의원(대전서구갑)이 22대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대전시의회에서 하고 있다.[사진 = 육심무 기자]

[일요서울 l 대전 육심무 기자]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접시꽃 당신’으로 세인들을 울렸던 시인 도종환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22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후 심정을 페이스북에 게재한 이 글은 자신의 시 '담쟁이'를 인용해 공천 탈락의 아픔을 곱씹었다.

제 22대 총선에서 대전 세종 충청지역은 여야를 막론하고 다선 의원들이 공천이나 경선에서 대거 탈락해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에 진출할 경력자들이 사라졌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예전에는 국회의원 선수를 군대의 계급에 빗대어 병장 하나가 이병 넷 보다 낳다는 말로 선수가 높아짐에 따라 할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이 증가함을 인정했었다.

우리나라 의전 서열 3위인 국회의장의 경우 국회 제1당의 최다선 의원 가운데 선정되는 것이 관례이고, 부의장도 최근에는 다선 의원이 우선 선출되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충청지역 다선의원들의 강제 퇴장은 주민들에게는 결코 유쾌할 수만을 없는 현상이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3선의원(청주 흥덕)[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3선의원(청주 흥덕)[자료사진]

국회 상임위원장들도 최소한 초 재선이 감당할 자리는 아니다.

이처럼 다선 의원의 중요성은 전체 지역 의석이 상대적으로 적은 곳에서 더 간절한 셈인데 이번 총선에서는 충청지역 기존 다선 의원들이 대거 선거벽보에서 사라졌다.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7개 선거구를 싹쓸이 했던 대전지역의 경우 서구갑에서 내리 6선을 기록한 박병석 전 국회의장이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

유성을에서 5선을 기록하고 있는 이상민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으로 옮겨 단수 공천을 받아 민주당 영입인재인 여성과학자 황정아 박사 및 새로운미래 김석훈 대전YMCA이사장과 3파전을 벌이고 있으나 초반 여론조사에서는 열세로 나타나고 있다.

중구의 황운하 의원은 처럼회 소속이나 공천이 지연되자 조국혁신당으로 옮겨가 비례대표 8번을 받았고, 대덕은 박영순 의원이 새미래로 옮긴 자리에 박정현 최고 위원이 주자로 나섰다.

결국 대전서을에서 3선을 기록 중인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이 당선될 경우 4선으로 고참 대열에 오를 전망이다.

국민의힘 청주 상당 후보로 공천됐다가 돈봉투 사건으로 공천이 취소된 5선의 정우택 의원.[자료사진]
국민의힘 청주 상당 후보로 공천됐다가 돈봉투 사건으로 공천이 취소된 5선의 정우택 의원.[자료사진]

충북의 경우 다선 의원들의 거센 퇴출이 진행됐다.

우선 5선으로 국민의힘 충북지역 최다선 의원인 정우택 전 국회부의장이 청주 상당에 공천을 받았다가 석연치 않은 돈봉투 수수 논란으로 인해 공천이 취소됐다. 민주당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상당구 경선에서 탈락하면서 정 의원은 6선이 될 경우 여당이 제1당이 된다면 유력한 국회의장 후보로 점쳐졌었다.

충북 최대 선거구 면적을 기록하고 있는 괴산 보은 옥천 영동 선거구에는 3선의 박덕흠 의원이 경선에서 승리해 4선에 도전하고 있고, 충주 이종배 의원과 제천 단양 엄태영 의원도 예선을 통과했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충북지역 전현직 다선 의원들을 대거 퇴출시켰다.

압살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심한 변혁이 있었는데 5선의 청원구 변재일 의원은 경선 기회조차 잡아보지 못했다.

변 의원은 ”20년간, 험지였던 청원을 민주당 옥토로 일구며 당에 헌신한 결과가 이런 것이라 생각하니, 모욕감과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며 ”저는 KBS, HCN 등 여론조사에서 모두 1위를 할 정도로 단단한 조직력과 지지가 있고, 당 의원평가 하위도 아니며, 5선 동안 한 번의 출판기념회조차 하지 않았을 정도로 깨끗하게 처신했다“고 항의했다.

또 ”20대 대선 경선에서 충북 현역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이재명대표의 손을 잡아드리며, 54대 28 충청권 대승을 이끈 장본인이었다“면서 ”그럼에도 당은 현역인 저를 제외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하위 10%에 해당한다는 허위사실을 흘려 망신을 주면서, 저를 흔들었고, 끝내 경선 기회조차 박탈하려고 한다“고 분개했다.

더불어민주당 청주 청원에서 5선을 기록한 변재일 의원은 공천에서 컷오프됐다.[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청주 청원에서 5선을 기록한 변재일 의원은 공천에서 컷오프됐다.[자료사진]

변 의원은 ”충북의 맏형인 저를 배제하는 것은 단순 청원구 뿐만 아니라 충북 전체 선거구도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며, 당은 실익도 명분도 없는 교각살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공정한 경선의 기회를 달라고 엄중히 요구한다“고 했지만 컷오프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과 주중대사 등 요직을 역임했던 노영민 의원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청주 흥덕에서 당선된 후 18대와 19대 내리 3선을 이어갔으나 시집 판매 스캔들로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도종환 의원이 지역구를 이어받아 내리 3선을 달성했다.

이후 노 의원은 주중대사를 거쳐 대통령 비설실장으로 재직했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충북지사에 출마했으나 김영환 지사에게 패했고, 선거구를 상당구로 옮겨 정우택 의원과 대결을 준비했으나 예선에서 탈락했다.

노영민 전 의원의 지역구인 청주 흥덕을 이어받은 도종환 의원은 ‘접시꽃 당신’의 시인으로 시작해 문화체육부장관을 지내는 등 3선의 저력을 쌓았지만 이번 경선에서 이연희 민주연구원 상근부원장에게 패해 사선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서원구의 이장섭 의원도 경선에서 패해 재선의 도전 기회를 잃었다.

충남은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의 컷 오프가 예상보다 폭넓게 진행됐다.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예산 홍성)[자료사진]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예산 홍성)[자료사진]

충남 홍성 예산에서 4선을 기록중인 홍문표 의원은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후보로 자유민주연합 조부영 후보를 누르고 4번의 낙선 끝에 당선되면서 환갑이 다 되어서야 초선 의원으로서 국회에 등원했다.

이 때는 탄핵 후폭풍으로 충청권 전 지역에서 한나라당이 궤멸한 시기라, 충청권에서 유일한 한나라당 소속의 당선자이기도 했다. 이번 총선에는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 수석과의 힘겨운 경선이 예상됐으나 포기한 후 강 후보지지를 선언했다.

홍 의원은 ”30여년간의 정치를 갑자기 그만두려니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 강승규 후보지지 선언이 한참 늦었다“며 남은 선거기간 저에 모든걸 쏟아부어 강승규 후보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총선에 불출마 하는 심정은 뭐라 형용 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아프지만 윤석열 정권 발목만 잡는 야당의 무도함을 누군가는 해쳐가야 했기에 고뇌에 찬 결단을 내렸다“며 ”민생은 제쳐두고 오로지 이재명 사당화를 위해 갈등과 혼란만을 부추기는 민주당의 위선과 폭거를 엄중히 심판해 줄 것“을 호소했다.

국민의힘 공천에서 배제된 이명수 4선의원(충남 사산갑)[자료사진]
국민의힘 공천에서 배제된 이명수 4선의원(충남 사산갑)[자료사진]

충남 아산에서 내리 4선을 기록한 이명수 의원은 경선 기회 조차 잡아보지 못하고 컷오프됐다.

국민의힘 후보자 공천심사결과가 발표시 충청권 지역에서는 이명수 의원의 지역구 충남 아산 갑 지역을 제외한 국민의힘 소속의 모든 충청권 현직 의원들의 공천 심사 결과가 발표됐다.

국민의힘 22대 총선 공관위는 호남권을 제외하고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누어 일정 비율의 현직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원칙을 세웠고, 충청권 지역에서는 1명의 현직 의원이 포함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의원은 ”당의 공식통지가 있지도 않았는데 공천배제 설이 언론에 보도된 점이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라“면서 ”최소한의 경선참여기회라고 보장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이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고, 아산시갑 선거구에는 김영석 전 해수장관이 단수공천되었다.

반면에 공주 부여의 정진석 5선 의원은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공천을 받아 당선될 경우 제1당 등극 여부에 따라 국회의장직을 노려볼 만한 후보로 남게 됐다.

민주당의 경우 충남지역은 천안에서 4선을 했던 양승조 전 충남지사를 당이 홍성 예산에 전략 공천했는데 5선으로 생환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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